~싸구려 손목시계 같은 삶의 그 어딘가 쯤~
손목시계를 고쳤다.
벌써 몇 번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지겹다는 뜻은 아니다.
이 시계는 2008년, 내가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알바를 하며 번 첫 월급으로 산 손목시계이다. 그러니까 올해로 18년, 곧 있으면 19년째를 맞이하는 손목시계인 셈이다.
18년 동안 몇 번인가 정도 약을 갈았다. 바늘이 멈춘 적은 있지만, 시간이 틀렸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테두리는 닳고 닳아 칠이 벗겨지고, 원형이던 모양새가 조금은 울퉁불퉁해졌지만 그래도 시간이 틀렸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루에 5만 보씩 걷던 일본 여행에서도, 부산에서도, 청주에서도, 광주, 순천, 울산, 포항 전국 그 어디에서도 이 시계만큼은 줄곧 내 손목에 감겨있었다. 어떻게 보면 내 청춘을 계속 같이 버틴 시계라고 해도, 오늘만큼은 그 말이 오그라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문득 떠오르는 말이 있다.
"나이 먹고 그런 싸구려 시계를 차고 다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
이 말을 듣고, 당시에는 정말 열심히도 자기변호를 했던 기억이 있다.
"사람의 가치는 물건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는 나름의 의미가 있는 시계이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왜 굳이 시계를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내가 직접 이 시계를 사러 갔던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등, 등, 등...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흔해빠진 양산형 영화의 클리셰처럼, 별다를 게 없었다.-사실, 기대한 적도 없긴 했지만- 아마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아닐까 싶다.
때론 삶의 어느 사건이,
아니 대부분의 사건들이,
그 흔해빠진 B급 영화만도 못한 장면들로 구성되어 흘러간다는 것을.
"남자를 판단할 때는 차고 다니는 시계와, 타고 다니는 차를 본다. 당신은 아직 어려서 그걸 잘 모르는 것일 뿐, 나이를 먹으면 알게 될 것이다."
뭐, 그런 고리타분하고 시답잖은 이야기들.
더 말해 무엇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