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지기

~나에게 솔직해지는 연습~

by 익수정










한밤 중, 한강에서.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동안은 못 본 체하고 있던, 다락방 구석의 쓰레기통 속에 버려져있던 나의 감정들을 다시 하나씩 꺼내보려고 하고 있다. 지금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그래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그래서 무엇이 하고 싶은지.

정말로 처음의 처음으로 돌아가 걷는 방법부터 연습하고 있는 기분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일종의 재활치료... 인 셈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해서 무엇하나, 나는 무얼 한 건가-라는 생각은 접어두고

그저 오늘 하루 살아냈음을, 버텨냈음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해보고 있다.

'그래서 오늘 뭘 했지?'라는 질문은 잠시 멈추고,

눈을 뜨면 침대에서 내려와 스트레칭을 하고, 밥을 해 먹고, 청소를 한다. 중간에 산책도 하고, 저녁에는 달리기도 해 본다.

생각하기보다는 몸을 먼저 움직여본다.

그냥 나의 하루가 지나갔음을, 그렇게 받아들여보는 연습을 한다.






그럼에도,

불안과 공황이 계속되고 있는 매일이다. 심장이 가슴에서 뛰쳐나올 듯이 뛰어대는 날이면 서둘러 약 한 알을 집어삼키고 심호흡을 한다. 그러면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듯이 달리던 심장도 조금은 잠잠해진다. 사람은 호르몬의 노예라던데, 정말이지 싶다.






두려움으로 가득 찬 최근의 나날을 겪으며, 과거의 어느 지점들에서 듣곤 했던 "약하다"라는 말의 뜻을 다시금 곱씹어 보고 있다. 흔히들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고는 하던데, 나는 조금은 그 궤가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마따나 두려움은 용기, 그리고 만용과 함께하는 것 같다. 마땅히 두려워할 것에 두려워할 줄 알고,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용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두려움이라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고 그걸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볼 때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를 잘 결정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나약함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지금 약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과 상황에 처해있다. 약해도 괜찮고, 슬퍼도 괜찮고, 불안해도 괜찮다. 오히려, 오랜 시간 동안 이 모든 것들을 못 본 체하고 마주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와서 더 아프게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있는 요즘이다. 하지 못했던 말들도, 표현들도 이제는 하나둘씩 해보고 있는 중이다. 나에게 편한,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꾸밈없이 부딪쳐보고 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 모든 행위들이 나와 내 주변의 것들을 정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 정리가 모두 끝나고 나면 나는 사라지고 없어져 버릴 것만 같다.


케케묵은 것들을 정리하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계기로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친구의 의견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나는 아직 내 존재를 '원래부터 없었던 것'으로 만들기를 더 원하는 것 같다.






원하는 것. 정말 오랜만에 너무나도 원하는 게 생겼다. 그래서일까. 이번에도 손에 넣지 못한다면 나는 앞으로 영원히 더는 무언가를 원하지 않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너무나도 지쳤다.

몸도, 마음도.

죄다 너덜너덜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