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살고 있지는 않은데, 비어 있는 느낌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딱히 나쁜 일은 없었고,
크게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었는데
하루가 끝나고 나면
이상하게 비어 있는 느낌이 남는다.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웃을 일도 있었고,
할 일도 무난히 해냈다.
그런데도
“잘 살았다”는 감각이 없다.
이 공허함은
불행과는 다르다.
힘들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아무 일도 없어서
더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는 보통
이 상태를 감정 문제로 생각한다.
기분이 가라앉아서 그렇다고,
마음이 약해져서 그렇다고.
하지만 이 공허함은
감정보다
방향 상실에 더 가깝다.
하루가 지나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는 느낌.
열심히 살았는데
무엇을 향해 살았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 상태.
이럴 때 우리는
기분을 다시 끌어올리려 한다.
기분 전환을 하고,
즐거운 일을 하나 더 얹는다.
잠깐은 괜찮아진다.
하지만 공허함은
이내 다시 돌아온다.
왜냐하면
이 공허함은
기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방향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일을 향해
한 걸음이라도 나아간 날에는
대체로 편하지 않다.
오히려 피곤하고,
귀찮고,
기분이 썩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날은 덜 공허하다.
반대로
아무 의미 없는 일들로
하루를 채운 날은
편안할 수는 있지만
이상하게 비어 있다.
공허함은
“지금 잘못 살고 있다”는 경고라기보다
“지금 방향을 잃었다”는 신호에 가깝다.
그래서 공허할 때
묻는 질문은
“왜 이렇게 기분이 별로지?”가 아니라,
“오늘 나는
어디를 향해 시간을 썼지?”가 되어야 한다.
⸻
오늘의 질문
오늘의 내 시간은
어떤 방향을 향해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