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말
결정을 미루고 있을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직 판단할 때가 아니라고,
조금 더 지켜보겠다고.
말은 그럴듯하다.
신중해 보이고,
성숙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미룸’이
같은 태도는 아니다.
어떤 미룸은
판단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고,
어떤 미룸은
판단을 피하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다.
겉으로는 잘 구분되지 않는다.
둘 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이는
그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에서 드러난다.
판단을 미루고 있을 때는
생각이 줄어든다.
조용해지고,
정리가 된다.
지금의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조금씩 또렷해진다.
반대로
도망치고 있을 때는
생각이 많아진다.
핑계가 늘고,
말이 복잡해진다.
결정을 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이미 결정한 것처럼
스스로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정하지 않기로 정해놓은 상태다.
그래서 도망치는 미룸에는
항상 불안이 따라온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괜히 지치고,
괜히 마음이 무겁다.
판단을 미루는 시간은
나를 준비시키지만,
도망치는 시간은
나를 소모시킨다.
중요한 차이는
용기다.
판단을 미룰 때는
나중에 선택하겠다는 용기가 있고,
도망칠 때는
선택하지 않겠다는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지금 나는
결정을 늦추고 있는 걸까,
아니면
결정 앞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걸까.
이 질문에
바로 답이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어느 쪽인지 모른 채
시간을 흘려보내지는 말자.
기준을 가진 삶은
빠른 결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정직한 미룸과
겁난 미룸을 구분할 줄 아는 태도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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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지금 내가 미루고 있는 이 선택은
조금 더 잘 판단하기 위해 멈춘 걸까,
아니면
결정해야 할 순간을 피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