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문제인가’가 빠진 순간, 팔 수 없게 된다
불편은 계속 참고 쓰는 상태로 남고,
불만은 말로만 소비된 채 끝나며,
불안은 선택을 바꾸지 못하게 만든다.
이렇게 불편·불만·불안이 동시에 존재하는데도
고객의 선택이 그대로인 이유는 단순하다.
그 상황을 대신할 상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분명히 있는데,
그 문제를 특정한 상황으로 묶어
대안으로 제시한 상품은 없었다.
그래서 이제 질문은 여기로 이동한다.
왜 시장에는 제품은 많은데
상품은 적은가.
그리고 그 차이는 어디에서 갈라지는가.
———-
많은 사업이 이 지점에서 멈춘다.
불편도 보였고,
불만도 확인했고,
불안이 선택을 붙잡고 있다는 것도 이해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팔리지는 않는다.
이때 대부분은
마케팅이나 브랜딩을 의심한다.
알리는 방식이 부족한 건 아닐지,
표현이 덜 매력적인 건 아닐지,
포장이 평범한 건 아닐지 고민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앞에 있다.
이건 상품이 아니라 제품이기 때문이다.
제품은 설명할 수 있다.
무엇을 하는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
어디가 더 나은지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설명에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다.
이건 누구의 어떤 상황을 해결하는가.
상품은 다르다.
상품에는 항상 전제가 붙는다.
누구의 문제인지,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지,
왜 지금 이 선택이어야 하는지.
이 전제가 분명할수록
고객의 선택은 빨라진다.
핵심 고객이 없다는 말은
고객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고객이 너무 넓다는 뜻이다.
“누구나 쓸 수 있다”
“많은 사람에게 필요하다”
이 말이 나오는 순간,
문제는 흐려지고
상황은 사라진다.
그리고 상품은 다시 제품으로 돌아간다.
고객은
‘이게 좋은가’보다
‘이게 나한테 맞는가’를 먼저 판단한다.
지금 내 상황에서,
지금 겪고 있는 문제를 두고,
이 선택이 맞는지를 본다.
그래서 같은 사람도
상황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고객이 된다.
처음 겪는 사람과
이미 여러 번 겪어본 사람은 다르고,
급한 상황의 사람과
여유 있는 상황의 사람은 다르다.
상품은 사람을 상대하지 않는다.
상황에 놓인 사람을 상대한다.
이 지점에서
‘상품화 전략’이라는 말이 자주 오해된다.
포장을 고급스럽게 만들고,
가격을 올리고,
이미지를 다듬으면
상품이 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건
제품을 꾸민 것에 가깝다.
핵심 고객, 즉
특정한 상황이 빠진 상태에서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고객의 선택을 바꾸지 못한다.
상품이 되려면
문장이 완성돼야 한다.
이건
누구를 위한 것이고,
어떤 상황에서,
왜 필요한가.
이 문장이 분명해질수록
설명은 줄어든다.
설득도 줄어든다.
고객은 이해해서 사는 게 아니라,
자기 상황이라고 느껴질 때 선택하기 때문이다.
핵심 고객을 정하지 못한 기획은
늘 같은 말에 도착한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는 이유로
고객은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
기획의 출발점은
내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다.
어떤 상황에 놓인 고객의 선택이
지금 멈춰 있는가다.
그 상황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제야 상품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서야
‘무엇을 팔까’라는 질문이
제대로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