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택
20년.
긴 시간이라면 꽤 긴 시간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이 일을 하다 보니
하면 할수록
아직 내가 브랜드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는 깨달음 앞에 서게 된다.
예전처럼
이게 정답이라고 말하기도 어렵고,
누군가의 선택을
단번에 납득시키는 일도
점점 조심스러워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일이 지겨워진다거나
힘겹게 느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여전히 나는
이 일을 사랑한다.
쉽지는 않다.
갈등도 많고,
매번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이게 정말 필요한 일인지,
지금 이 대표에게
브랜드라는 이야기를
여기까지 꺼내는 게 맞는지,
괜히 더 부담을 주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다만
이 일을 하며
나도 머뭇거리게 되는
구간이 있다.
나는 브랜딩을 할 때
대표들이 어떤 마음으로
브랜드를 대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
그래야 브랜드가
브랜드다워지고
결국 잘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꽤 많이 한다.
듣고 보면
교육에 가깝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럴 때 가끔
대표들 중 일부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
“브랜딩을 하면서
꼭 이렇게까지
어렵게 해야 하나요?”
그 질문을 들을 때면
나도 잠시 멈추게 된다.
이게 과한 요구는 아닌지,
지금 이 사람의 상황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잠깐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대표가 브랜드 마인드를
끝내 갖지 못하면,
그 브랜드는
어떤 형태로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걸.
디자인을 정리하고,
언어를 다듬고,
전략을 제안하는 일은
얼마든지 대신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대표의 기준과 태도까지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일은
종종 불편해진다.
대표에게도,
때로는 나 자신에게도.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에서
어디까지가 우리 다운지로,
어떻게 보일지에서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로
대화의 관심이 옮겨가는 순간,
브랜딩은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 지점에서
가르치는 일은
가장 비효율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내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일도 아니고,
속도도 느리고,
환영받지 못할 때도 많다.
이 일을 하며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
브랜드 마인드를 가르치는 일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즉각적인 결과를 만든다는 걸
부정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그 일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대표가 브랜드 마인드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브랜드는
결국 껍데기로 남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그럴듯해도
선택의 순간마다 흔들리고,
결국 스스로를 설명하지 못한다.
브랜딩은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브랜드가 되기 위해 필요한 태도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설득하려 들지 않으면서도,
가르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위에서 내려다보지 않으면서도,
기준을 분명히 하려 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대표들을 다시 만났을 때,
그 브랜드가
조금 덜 흔들리고 있다면,
조금 더 자기 언어로
말하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느낀다.
이 일을 하며
만드는 일이
가르치는 일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걸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나는
계속 이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브랜드는
대표의 삶과 태도를
건너뛰어 만들어질 수 없다는 걸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여전히
즐겁다.
보람이 있고,
성취감도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늘 흔들리더라도,
이 일이 나를
돈보다 사람을 남기는 쪽으로
데려가고 있다는 확신만은
아직 남아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