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버티는 것이 공정하다고 믿었던 시간
그 시절의 나는
책임을 나눈다는 개념 자체를
현실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남자는 돈을 벌고,
여자는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키운다는
조금은 예스러운 사고방식에
나도 모르게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그게 옳은지 그른지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마냥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믿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느 날,
집안일을 두고
“내가 도와줄게”라는 말을 했다가
아내와 크게 다툰 적이 있다.
아내는 말했다.
도와준다는 말 자체가
이미 집안일과 육아를
자기 몫으로 단정 짓는 표현이라고.
그건 도와주는 일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하는 일이라고.
그 말이
그때의 나에게는
잘 들리지 않았다.
나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나는 돈을 벌잖아.”
그 말은
논리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감정에 가까웠다.
억울함이 있었다.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도 모르고
그런 말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6개월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브랜딩 스튜디오를 창업한 상태였다.
월급이 아니었고,
수입은 매달 달랐다.
돈에 대한 압박은
늘 나를 따라다녔다.
나는 혼자서
경제적인 불안을 떠안고 있다고 느꼈고,
그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 나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억울했다.
내가 무슨 슈퍼맨이냐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그 억울함 아래에는
또 다른 마음이 있었다.
다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
나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 열심히 감당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책임을 나누자는 말은
위로가 아니라
내 노력을 부정하는 말처럼 들렸다.
그 시절의 나는
책임을 나누지 않은 게 아니라,
책임을 나눌 수 없다고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혼자 버티는 것이
나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라 믿었던 시간.
그 믿음이
나를 더 고립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