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은 내가 나 스스로에게 감동하는 순간이었다

그림을 다시 그리기로 결심한 2025년의 기록

by 이키드로우

삶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들은

몇 장면으로 나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지금 가장 말하고 싶은 장면은

2025년에 들어와

그림 작가로도 살아가보기로 결심했던 순간이다.


나는 원래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미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진짜 하고 싶었던 서양화는

미래가 불확실하고

돈을 벌기 어렵다는 말들이 너무 많았다.

결국 나는

조금 더 현실적인 선택처럼 보였던

시각디자인과를 택했다.


시각디자인과에 다니면서도

노트에는 늘 그림이 있었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은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

다만, 미뤄졌을 뿐이었다.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

브랜딩 회사를 창업하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환경 속으로

완전히 밀려 들어갔다.

그림을 그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종이에 하는 낙서조차

여유가 없으면 그려지지 않는다.

그렇게

거의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2025년,

나는 스스로에게 하나의 결심을 했다.

내 안에서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는

창작의 욕구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겠다고.


목표는 단순했다.

무조건 하루에 한 장.


브랜딩 현업은 그대로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종이에 그렸다.

빠르게 그릴 수 있는 마커를 들고

하루 한 장씩,

생각보다 더 많은 날에

그림은 두세 장이 되었다.


8월이 되었을 때,

나는 과감하게 캔버스를 꺼냈다.

그때부터는

정말 미친 듯이 그렸다.


만약 뮤즈라는 게 있다면,

그 시기에

그 뮤즈가

내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인생을 돌아보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 구간은

몇 번 더 있다.

하지만 근래의 나를

가장 뜨겁게 만들고,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는 삶을 살겠노라

다짐하게 만든 순간은

단연 올해였다.


그래서 나는

여러 ‘최선’의 순간들 가운데

2025년을

가장 인상적인 최선의 순간으로 꼽는다.


내게선

열심과 최선의 차이는 분명하다.


열심은

보람으로 남는다.

하지만 최선은

내가 나 자신에게

감동하게 된다.


그림을 다시 그리기로 한 이 결정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성과를 증명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오래 미뤄두었던 나 자신을

다시 꺼내 들겠다는

강력하고도 선명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안다.

이건 단지 한 해의 열정이 아니라,

남은 삶의 방향이라는 것을.


BOOM 이키드로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