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은 잘되느냐보다, 나에게 맞느냐의 문제였다

두 번째 창업 앞에서 다시 묻게 된 질문

by 이키드로우

2016년,

첫 번째 회사를 창업한 지 6년쯤 지났을 때였다.


회사가 안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잘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상태였다.

나는 여전히 돈보다는 일에 더 초점이 맞춰진 대표였고,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해해주는

이른바 ‘열정 대표’에 가까웠다.


그 무렵,

형님처럼 따르던 사람이 있었다.

만화가였고,

박학다식했고,

매너 있는 사람이었다.

나에게는 멘토 같은 존재였다.


그분이 어느 날

내 회사를 보며 말했다.

“내가 도와줄까?”


돈의 개념이 크지 않았던 나는

그 말이

조언처럼,

호의처럼 들렸다.

무엇보다 신뢰가 컸다.

그래서 함께 동업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면서

금방 알게 되었다.

회사에 대한 개념,

돈을 바라보는 태도,

일과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나와 너무 달랐다는 걸.


그분은

아주 명확하게

돈을 중심에 두고 일했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이 있었고,

일은 수단에 가까웠다.


나는 달랐다.

돈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게 회사는

사람의 가능성을 꽃피우는 공간이어야 했다.

사람이 먼저였고,

일은 그다음이었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맞지 않는 부분이

하나둘씩 쌓였고,

나는 점점 더 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회사가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내가 점점

나 자신이 아닌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우리는 갈라서게 되었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은

아무리 좋아 보여도

입을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건 실패라기보다

선택에 가까웠다.


그분에게

내 생각은

이상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그 기준을 버리고 회사를 이어가는 것이

더 큰 손실처럼 느껴졌다.


그때 나는

삶의 방향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잘되고 있는지가 아니라,

이 길이

정말 나에게 맞는 방향인지.


얼마나 벌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지키며

계속 갈 수 있는지.


그 선택 이후로

내가 만드는 회사의 기준은

조금 더 분명해졌다.

돈은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것.

사람을 소모하지 않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싶다는 것.


방향은

속도보다 느릴 수 있고,

결과보다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방향을 잘못 잡은 채

계속 달리는 것보다는,

잠시 멈춰 서서

다시 확인하는 게 낫다.


그때의 선택은

회사를 하나 접는 결정이 아니라,

내 삶의 방향을

다시 맞추는 일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경험 덕분에

나는 더 이상

나에게 맞지 않는 길을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억지로 걷지 않게 되었다.


방향은 그렇게,

한 번의 결단이 아니라

순간순간 되물어야 하는

중요한 질문으로 내 삶에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