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한계에 대하여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
내 한계를 끝까지 밀어붙여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내 안에는
아직 끄집어내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아이디어도, 감각도,
표현도, 가능성도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
한계라는 것은 내 능력의 끝이라 착각했다.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끄집어낼 상태가 안되면 무의미하다.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늘 달려왔다.
시간을 쓸 때
일상을 유지하고
건강과 체력을 관리하는 시간은
최소화하려 했고,
대신 양질의 인풋을 얻고
최상의 아웃풋을 내기 위해
속도를 높였다.
생각하고,
읽고,
만들고, 쓰고 , 그리고
계속 밀어붙였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몸을 거의 돌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인풋과 아웃풋에만 집중하다 보니
몸은 점점 망가져가고 있었고,
어느 순간
그 신호들이 분명해졌다.
체력은 바닥을 드러냈고,
감정과 정서는
제때 케어받지 못한 채
쌓여만 갔다.
후폭풍처럼
한꺼번에 밀려오는 날들도 있었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라는 걸.
나는 한계에 도달한 게 아니라,
한계를 무시한 채
계속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나는
‘더 할 수 있느냐’를 묻기보다
‘지금의 상태로
얼마나 오래갈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말하는 한계는
포기나 좌절의 언어가 아니다.
오히려
아주 현실적인 기준에 가깝다.
몸을 잘 유지하는 것.
체력적 한계에
미리 부딪히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감정과 정서도
작업만큼 중요하게 다루는 것.
그래야
내 안에 아직 남아 있는 것들을
끝까지 꺼낼 수 있으니까.
한계는
능력의 끝이까지 밀어붙이는 것이라 여겼는데
더 중요한 건 그걸 가능하게 하는 체력과 건강의 문제였다.
이제 나는
무작정 더 밀어붙이는 사람이 아니라,
오래갈 수 있는 건강한 상태를
의식적으로 만드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그게
내가 지금 선택한
한계를 대하는 최선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