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 사이에서 오래 헤맨 시간들
가정을 돌보는 것,
집안일과 육아에 함께하는 것,
그리고 전문성을 키우며
내 능력치를 계속 올리는 것.
이 두 가지 사이의 균형을 잡는 데
나는 꽤 오랜 시간을 써야 했다.
그 과정에서
아내와의 갈등도 적지 않았다.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었고,
현실적으로
두 가지를 동시에
다 잘 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어느 하나는 포기해야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포기를 받아들이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일도, 가정도
전부 붙잡으려 했다.
그 결과는 뻔했다.
몸은 점점 무리했고,
일의 결과가 좋지 않은 날에는
아내와의 관계도 쉽게 틀어졌다.
나는 다시
스스로의 능력 부족을 탓했고,
자책과 우울 속으로
깊이 빠져들곤 했다.
균형이 무너진다는 건
어느 한쪽이 나빠지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이 조금씩 어긋나는 상태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에 있어서는
매출의 상한선을 정해두었다.
더 많이 벌기 위해
끝없이 발버둥 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적당히 내 시간을 보내고,
적당히 아이들과 시간을 나누고,
적당히 집안일에도 함께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속 가능한 상태를 선택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균형은
내가 잘해서 만들어낸 결과라기보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배려가
조금씩 쌓인 결과에 가깝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서로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게 되면서
그 배려 위에
자연스럽게 균형이 놓이기 시작했다.
균형은
정교한 계산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욕심을 내려놓고,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려는 마음이
먼저였다.
이제 나는 안다.
균형이란
모든 것을 반씩 나누는 일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계속 조정해 가는 일이라는 걸.
그리고 그 조정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