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앞에서 마주했던 불안의 기억
불안은
내 삶에 늘 깔려 있던 정서였던 것 같다.
없어졌다 나타나는 감정이라기보다,
항상 바닥에 깔린 채
강도가 달라질 뿐인 감정에 가까웠다.
어떤 시기에는
잠잠했고,
어떤 시기에는
유독 크게 고개를 들었다.
처음으로
불안이 또렷하게 느껴졌던 건
서른 살,
첫 창업을 앞두고 있었을 때였다.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지금 퇴사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모아둔 돈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다니던 회사가
돈을 많이 주는 곳도 아니었다.
펑펑 쓰며 산 것도 아닌데
손에 쥔 건 거의 없었다.
내 실력을 전혀 믿지 않았던 건 아니다.
다만
‘지금 이 정도 실력으로 창업해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이
계속 따라붙었다.
새로운 시작 앞에서의 불안은
늘 그렇게 찾아온다.
확신보다 질문이 앞서고,
가능성보다 리스크가 먼저 보인다.
결혼을 하고,
창업을 한 뒤에도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한동안은 일이 많지 않았고,
그런 탓에 이 선택이 정말 맞았는지
의심이 들었다.
전문성을 쌓는 일에는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성과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고 힘들었다.
보이지 않는 성장에 대한 가능성을 믿고
계속 가야 하는 시기만큼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시간도 드물다.
그때의 나는
자주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잘 가고 있는 게 맞는지,
괜히 방향을 잘못 잡은 건 아닌지.
그럼에도
나는 그 시간을
나름대로 견뎌왔다.
완벽하게 이겨낸 것도 아니고,
불안을 몰아낸 것도 아니었다.
그냥
도망치지 않고
그 감정과 함께 버텼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불안이
전부 부정적으로만 작용했던 것 같지는 않다.
불안 덕분에
멈추지 않았고,
불안 덕분에
더 공부하며 정진했고
불안 덕분에
내 기준을 더 자주 점검했다.
불안은
항상 나를 괴롭혔지만,
동시에
나를 움직이게 만든 감정이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불안을 없애야 할 문제로 보지 않는다.
다만
그 불안이
어디에서 오는지,
무엇을 지키고 싶어서 생긴 감정인지를
조금 더 천천히 들여다보려 한다.
불안은
삶이 잘못 가고 있다는 신호라기보다,
중요한 선택 앞에 서 있다는
표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 불안을
계속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