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명성이 성공이라고 믿었던 시절을 지나며
첫 번째 회사는
먹고사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늘
막연하게 ‘더 많이 벌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무렵,
멘토처럼 여기던 형님이
동업을 제안했다.
열 살이나 윗사람이었고,
못 믿을 이유도 없어 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많이 순진했다.
처음에는
브랜딩 일로 회사를 겨우 연명했다.
그러다 형님 쪽의 웹툰 사업이
일본 투자를 받게 되면서
상황이 급격히 바뀌었다.
회사는 순식간에 커졌다.
원래 회사의 대표는 나였기에
얼떨결에
큰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180평 규모의 공간을
두 개 층이나 사용했고,
직원 수는 많을 때
50~60명까지 늘어났다.
운영 지침을 만들고,
매뉴얼을 정리하고,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
하루는 회의로 시작해
회의로 끝났다.
그 자체가
틀린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조직이 커지면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이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회의의 주제는 늘
매출을 어떻게 더 끌어올릴 것인가였고,
그 과정은
사람을 갈아 넣어
돈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돈은 벌리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계속 불편했다.
겉으로 보면
누가 봐도 성공 가도였다.
1인 기업에서
갑자기 중소기업이 되었고,
대학과 MOU를 맺고,
기사에도 나왔다.
‘성공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시기였다.
하지만 나는
계속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이게 정말 성공일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걸치고 있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일이 바빠질수록
함께 일하던 형님은
내게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시간과 에너지를
회사에 전부 쏟기를 바랐고,
내가 잘하지 못하는 영역까지
더 잘 해내길 요구했다.
결국
자기가 대표직을 맡겠다고 했고,
나는 깊이 고민하지 않은 채
서류에 사인을 했다.
그 순간
회사는 더 이상
내 회사가 아니게 되었다.
그 순간부터
이 성공은
더더욱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내 시간과 에너지를
회사에 쏟고 있는지
깊은 회의감에 빠졌다.
그리고 처음으로
성공의 기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모든 이야기를
다 꺼낼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남아 있다.
그 시절의 규모와
돈과
명성은
내게 성공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훨씬 작은 회사를 운영한다.
하지만 브랜딩의 본질에 집중하고,
사람을 소모하지 않는 방식으로 일한다.
틈틈이 그림 작업을 하고,
가정에도
적당한 시간을 쓴다.
이 삶이
내게는 훨씬
성공에 가깝다.
돈은 많이 벌지만
자기 삶이 없는 대표들을
나는 너무 많이 봐왔다.
언젠가는 자유를 얻을지 몰라도,
삶은
돈을 버는 시기와
자유를 누리는 시기처럼
칼같이 나뉘지 않는다.
‘잘 사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돈이 아무리 많고
명성이 커도
그건 성공의 삶이 아니다.
지금의 나는
더 크게 성공하고 싶다기보다,
내 삶을 잃지 않은 채
계속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다시 정의한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