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내려놓았을 뿐, 삶의 방향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포기한 기억이 없다.
무언가를 완전히 내려놓았다고 말할 수 있는 장면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대신 선택의 우선순위를
여러 번 바꿔왔을 뿐이다.
굳이 하나를 꼽자면
돈을 많이 버는 삶을
포기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조차
삶에서 지워버린 선택이라기보다
앞줄에서 뒷줄로
자리를 옮겨놓은 결정에 가깝다.
내가 원했던 삶의 형태들은
크지 않게,
눈에 띄지 않게,
하지만 분명하게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원칙을
말로만 붙잡고 있었던 게 아니라,
실제로 삶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나는 나 자신을
조금은 칭찬해도 되겠다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돈을 더 벌 수 있었던 상황들은
분명히 있었다.
조건도 괜찮았고,
남들이 보기엔
현명해 보이는 선택들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 길 앞에 서면
나는 늘 멈췄다.
그 방향으로 가면
내가 붙잡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아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돈을 더 벌 수 있는 가능성들을
여러 번 외면해 왔다.
하지만 그건
내 삶을 포기한 선택이 아니라,
내 삶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반대로
내가 포기할 수 없었던 것들은
끝까지 붙잡았다.
브랜딩과 디자인,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
라이프 코칭.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믿는 일들.
이 일들은
빠른 보상을 주지 않았고,
늘 확신을 주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그만두지 않았다.
버텼고,
돌아왔고,
다시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포기를 잘한 사람이기보다,
무엇을 포기하지 않을지를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에 가깝다.
앞으로도 나는
돈을 더 벌 기회 앞에서
다시 고민할 수는 있겠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들,
내 삶의 방향과 맞닿아 있는 것들은
놓지 않을 것이다.
나는 포기한 기억이 없다.
적어도
내 삶에 대해선 그렇다.
그리고 이 태도만큼은
앞으로도
계속 가져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