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에서 유보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기까지
지금 돌아보면
나는 사람을 꽤 쉽게 판단하며 살아왔다.
적어도 서른 중반쯤까지는 그랬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빠르게 나눴고,
내 기준에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분류했다.
나와 잘 맞으면 좋은 사람,
불편하면 멀리해야 할 사람.
말 그대로
‘사람’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던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너무 순진해서
사람을 쉽게 믿어버리기도 했고,
반대로 너무 무지해서
누군가의 단 하나의 실수만으로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해버리기도 했다.
그리고는 손쉽게 관계를 끊었다.
그때의 나는
그게 분별이라고 믿었다.
내 삶을 지키기 위한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 시절을 다시 바라보면
그건 분별이라기보다
성급한 확신에 가까웠다.
두 번째 회사에서의 경험은
그 확신을 흔들어놓았다.
사람에 대한
내 상식과 편견이
전혀 다른 각도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럴 수도 있구나.’
‘그럴 수도 있지.’
‘꼭 내가 생각한 이유만은 아닐지도 몰라.’
이런 문장들이
조용히
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판단하는 일이 아니라,
단정하지 않는 연습이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바뀐 건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시선이었다.
나도 그럴 수 있겠구나.
나도 늘 옳지는 않겠구나.
그리고
나는 반드시
지금의 나처럼만
행동하지는 않을 거라는 가능성.
그 믿음이 생기자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판단은 조금 느려졌고,
확신 대신
유보의 자리가 생겼다.
모든 사람을 이해하게 된 건 아니다.
여전히 어렵고,
여전히 불편한 사람도 있다.
다만 이제는
한 번의 장면으로
그 사람 전체를 재단하지 않으려 한다.
사람은
나 자신을 포함해
언제나
내가 보는 한 장면보다
훨씬 복잡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사람을 덜 판단하는 사람이기보다,
판단을 미루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조금은 성숙해졌다는
증거이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