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힘에 대하여
나는 한때
자유를
조건으로 이해했다.
시간이 많으면 자유롭고,
책임이 적으면 자유롭고,
간섭받지 않으면
자유롭다고 믿었다.
그래서 자유는
늘 어떤 시절에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결혼 전,
아이를 낳기 전,
책임이 본격적으로 생기기 전의 삶.
그 이후의 삶은
자유를 잃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생각이
너무 단순했다는 걸 안다.
자유는
상태가 아니라
능력에 더 가깝다.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힘.
돈을 더 벌 수 있지만
그 길을 가지 않을 수 있는 힘,
더 빨리 갈 수 있지만
속도를 낮출 수 있는 힘,
남들이 부러워할 선택 앞에서
굳이 끌려가지 않을 수 있는 힘.
이 힘은
아무 제약이 없을 때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제약이 분명해질수록
더 또렷해진다.
책임이 생기고,
기준이 생기고,
포기하지 않을 것과
포기해도 되는 것이 구분되면서
자유는
조용히 다른 얼굴로 나타났다.
이제 나는
자유를
더 많이 가지려 하지 않는다.
대신
덜 휘둘리려고 한다.
돈에,
속도에,
비교에,
기대에.
무언가를 얻기 위해
나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것,
그게 지금 내가 말하는 자유다.
지금의 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책임도 있고,
제약도 있으며,
불완전함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예전보다
훨씬 자유롭다.
왜냐하면
내가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것들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모든 기회를 잡지 않아도 되고,
모든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아도 되며,
모든 가능성을 실현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해.
그 이해 위에서
나는
조금 느리게,
조금 덜 벌고,
조금 덜 증명하며 살아간다.
그 대신
내 삶의 방향만큼은
놓치지 않는다.
자유는
도망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머물면서도
나답게 선택할 수 있는 힘이다.
그리고 나는
이 자유를
이미 누리고 있다.
조용하게,
하지만 분명하고
확실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