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끝에 남는 것들에 대하여
나는 한동안
의미를 찾으려고 애썼다.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이 선택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의미는 어딘가에 이미 존재하고 있고,
그걸 잘 찾아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의미는 늘
결과에 붙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성공 뒤에,
인정 뒤에,
완성 뒤에.
하지만 살아보니
의미는 그렇게 또렷한 얼굴로
나타나지 않았다.
어떤 선택은
그 순간에는 전혀 의미 없어 보였고,
어떤 시간은
그저 버티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무언가를 남기고 있다는 감각 없이
하루를 넘기는 날들도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면
의미는 늘
다른 자리에서 발견되었다.
잘 해낸 순간보다
포기하지 않았던 순간에,
빛나는 성취보다
조용히 반복했던 선택들 속에,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분명히 누군가에게 닿아 있던 장면들에.
의미는
애써 찾으려 할수록 멀어졌고,
내가 중요하다고 믿는 방향으로
하루를 살아낼수록
말없이 쌓여갔다.
사람을 소모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일,
돈보다 방향을 택한 선택,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해보겠다고 붙잡은 태도.
그 하나하나는
그 순간에는
의미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 않았지만,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의미를
굳이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이 일이 왜 의미 있는지
당장 증명하려 하지 않고,
이 삶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말로 정리하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의미는 남는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 남고,
관계에 남고,
시간에 남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남는 것.
그게 의미라면,
나는 이미
많은 시간을
의미 안에서 살아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대단한 이유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다.
다만
내가 중요하다고 믿는 것들을
하루하루 선택하며 살고 있다.
그 선택들이
언젠가
누군가의 삶에 작은 흔적이 되거나,
내 마음을
조금 덜 흔들리게 만든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의미는
완성된 문장이 아니다.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남는 흔적에 가깝다.
나는 오늘도
그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