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하여
나는 몸이 꽤 단단한 편이라고 믿었다.
웬만한 피로는 버틸 수 있고,
스트레스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2016년,
두 번째 회사를 정리하던 무렵이었다.
지속적으로 피로했고,
스트레스는 이미 일상이 되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혈압이 높아졌고,
곧이어 귀에 이상이 생겼다.
전정신경염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몸은 갑자기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고,
똑바로 서 있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구급차에 2번이나 실려 병원에 갔고,
회복되는 기간도 수개월이 걸렸다.
조절하던 체중도 되려 더 늘어버리고
(어지러워서 운동을 못하니)
몸은 엉망이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건강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너무 오랜 기간
내 몸을 방치해 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몸은
말로 경고하지 않는다.
설득하지도 않는다.
그저
더는 버틸 수 없을 때
확실한 방식으로 멈춰 세운다.
그 경험 이후
나는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배치하기 시작했다.
일을 줄이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일이 삶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는 일이었다.
성과보다 지속을,
속도보다 리듬을,
증명보다 회복을
앞자리에 두기 시작했다.
건강은
잘 관리하면 유지되는 상태가 아니라
무시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는 조건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아프고 나서야
몸을 돌보겠다고 말하는 건
사실
이미 많이 늦은 상태다.
하지만 나는
그때라도 멈출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나는 더 이상
몸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몸의 신호를
미루지도 않는다.
건강은
열심히 살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먼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