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 대하여
나는 이상하리만큼 경쟁심이 없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그렇다.
누가 더 빨리 가는지,
누가 더 크게 벌었는지,
누가 더 많이 알려졌는지에는
솔직히 거의 무관심하다.
그 게임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잘 들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특정 영역에 들어가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브랜드,
디자인,
그림.
이 영역에서는
내 안에서
불꽃같은 게 올라온다.
꼭 최고가 되고 싶다기보다,
적어도
경쟁해서 지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
대충 하거나
밀려나거나
내 영역을 내어주고 싶지 않다는
강한 감각.
그래서 더 집요해지고,
더 깊게 파고들고,
더 오래 붙잡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외의 영역에서는
완전히 무의욕하다.
돈의 크기,
규모의 경쟁,
속도의 비교에는
에너지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극과 극이다.
그래서 나는
경쟁의 규칙 몇 가지를 버린 사람이 아니라,
이기고 싶은 영역 외에는
규칙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 가깝다.
나에게 경쟁은
삶의 기본값이 아니다.
불이 붙는 지점에서만
작동하는 선택지에 가깝다.
그 선택 기준은
남이 정한 판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영역인지 여부다.
그래서
모든 경쟁에서 빠져나온 건 아니다.
다만
내가 타오르지 않는 무대에는
애초에 올라가지 않는다.
그게 때로는
욕심 없어 보이게 만들고,
야망 없는 사람처럼 보이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호불호가 강한 사람일 뿐이다.
모든 걸 잘하고 싶지도 않고,
모든 판에서 이기고 싶지도 않다.
대신
내가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 영역에서는
쉽게 물러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경쟁이 나를 소모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나를 더 깊게 밀어 넣는 방식으로
작동할 때만
나는 그 판에 남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모든 규칙을 따르기보다
불이 붙는 영역만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그게
내가 선택한
경쟁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