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에 대하여
내가 생각하는 전성기는
돈을 많이 버는 시기가 아니다.
물론 돈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전성기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얼마를 벌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전문성을 인정해 주는지에 가깝다.
그리고
그 인정이
숫자가 아니라
영향력으로 남는 상태.
한 사람의 삶이라도
조금은 더 나아지게 만들었는지,
그 사람이
어제보다 덜 흔들리게 되었는지,
혹은
자기 삶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는지.
그런 변화가
여러 사람의 인생 안에서
조용히 일어나는 상태.
그게 내가 생각하는 전성기다.
그래서 나는
아직 전성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직 내 안에
끄집어내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기획하고 싶은 것들이 있고,
만들 수 있는 제품들이 있고,
그리고 싶은 그림들이 있고,
디자인하고 싶은 작업들이 있다.
그것들은
아직 형태를 다 갖추지 않았을 뿐,
이미 내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돌아보면
나는 단기적인 성과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는 일들만 해왔다.
그 선택은
빠른 보상을 주지는 않았지만,
대신
시간이 지날수록
진하게 우려낸 육수처럼
진짜 고수가 되어 가고 있다.
체력만 허락한다면
나는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더 고수로
인정받을 수 있는 타입의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체력에 대한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내년이면 마흔여섯이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부정할 생각도 없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의 시간을
아무렇게나 쓰고 싶지 않다.
건강도 잘 챙겨야 한다.
브랜드 일도
단순한 작업을 넘어
컨설팅과 교육의 영역으로
더 많은 대표들을 돕고 싶고,
그림과 글도
틈틈이 계속 쌓아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하고 싶다.
내가 꿈꾸는 전성기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상태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삶 안에
강력하게 작동하는 상태다.
내가 사라져도
남아 있는 것들이 있고,
내 말과 작업이
누군가의 선택에
작은 기준이 되는 상태.
그래서 나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전성기는
어느 날 갑자기
도착하는 사건이 아니라,
지금의 태도가
오래 유지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상태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는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말은
지금의 나에게
꽤 괜찮은 희망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