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에 대하여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중요한 시작들에는
정교한 계획이 없었다.
창업도 그랬고,
브랜딩을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을 때도 그랬고,
최근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작가로 살아보기로 한 결정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든 건 아니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사업 계획서,
명확한 수익 구조,
몇 년짜리 로드맵 같은 건
처음부터 손에 쥐고 있지 않았다.
나는 늘
‘될까?’보다
‘이걸 안 하면 견딜 수 있을까?’를 먼저 물었다.
계획은
시작을 돕기도 하지만,
때로는 시작을 가로막는다.
특히
내 안에서 이미 방향이 분명한 것들 앞에서는
계획이 오히려 변명이 되곤 했다.
조금 더 준비되면,
조금 더 안정되면,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그 말들은
늘 그럴듯했지만
결국은
나를 제자리에 묶어두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완벽한 계획을 세운 뒤 움직이기보다
움직이면서 계획을 만들었다.
일단 시작하고,
부딪히고,
틀리고,
조정하고,
다시 방향을 잡는 방식.
이 방식은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다.
불안도 크고,
실패의 확률도 높다.
하지만 내게는
이 방식이
가장 정직했다.
머리로 납득한 삶이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한 삶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계획 없이 시작했다기보다
확신을 계획보다 앞에 두었던 것에 가깝다.
확신은 있었고,
그 확신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나중의 문제였다.
그래서
시작할 수 있었고,
그래서
중간에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아직도 나는
완벽한 계획보다는
분명한 확신과
행동을 더 신뢰한다.
계획은
언제든 다시 짤 수 있지만,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자꾸 미루면
사라져 버리기도 하니까.
나는 여전히
계획 없이 시작한다.
대신
시작한 이후에는
끝까지 책임지는 편이다.
그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이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나만의 리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