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부끄러워하는가?
잘 몰라서 부끄러웠고,
말이 매끄럽지 못해 부끄러웠고,
자격이 안 되는 것 같아 부끄러웠고,
결과가 미흡해 보여 부끄러웠다.
사실은
타인의 시선 앞에 서 있는 나 자신이
늘 부끄러웠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잘하려 애썼고,
더 맞추려 했고,
더 설명하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부끄러움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부족했고,
여전히 모르는 게 많았지만
그 사실 자체가
나를 움츠러들게 하지는 않았다.
잘하지 못하는 나,
완성되지 않은 나,
아직 가고 있는 중인 나를
굳이 숨기고 싶지 않게 되었다.
부끄러움은
사라진 게 아니라
이동한 것에 가깝다.
이제 내가 부끄러워하는 건
못하는 모습이 아니라
내가 아닌 척 행동할 때다.
내 생각을 알면서도
눈치 보느라 말을 삼킬 때,
내 방향을 알면서도
괜히 돌아갈 때,
그럴 때가 더 부끄럽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조금 덜 매끄럽고
조금 덜 완성된 상태여도
그대로 있는 편을 택한다.
그게 편해서라기보다
그게 덜 부끄러워서다.
부끄러움은
없어지는 감정이 아니라
어디를 향하느냐의 문제라는 걸
이제는 안다.
나는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분명하다면
속도가 느려도 부끄럽지 않고,
과정이 어설퍼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이제 나는
타인의 시선보다
나 자신을 속이는 일을
더 부끄러워하게 되었다.
그 변화 하나만으로도
삶의 만족도는
꽤 많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