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지 않아도 되는 자리

스몰토크가 힘든 사람

by 이키드로우

나는

일상에 대한 잡담이

그리 편한 사람은 아니다.


하루가 어땠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요즘 뭐가 유행인지 같은 이야기들을

설명하려고 하면

이상하게 힘이 들고 말이 꼬였다.


말을 못 해서가 아니라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대신

인문, 철학, 예술, 문화 같은 주제나

비즈니스, 브랜딩처럼

사고가 오가는 이야기들은

비교적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스몰토크가 중심이 되는 자리에 있으면

자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여긴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구나.’


스몰토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런 자리를 무시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그건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고,

관계를 이어가는 하나의 언어다.


다만

내가 머물러야 할 언어는

아니라는 생각이 늘 들었다.


그런 자리에서는

나는 말이 없어졌다.

말이 없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굳이 꺼낼 말이 없어서였다.

(내 관심사에 있어서 나는

누구보다도 말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런 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경우에는

조용히 먼저 자리를 빠져나오기도 했다.


예전에는

내가 이상한 건 아닐까 고민했다.

사교성이 부족해 보이진 않을지,

이런 태도로

인간관계가 망가지는 건 아닐지

괜히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게 나니까.’

그 한 문장으로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자리에

잘 어울릴 필요는 없고,

모든 언어를

유창하게 사용할 필요도 없다.


나에게 맞지 않는 자리를

억지로 견디지 않는 것,

그 또한

나를 지키는 선택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나는

남아 있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서는

굳이 남아 있지 않는다.


그게 누군가를 거절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존중하는 일이라는 걸

이제는 받아들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