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와 브랜딩의 차이
브랜드와 브랜딩은 종종 같은 말처럼 쓰인다.
하지만 이 두 단어를 혼동하는 순간,
브랜드는 시작도 하기 전에 흐려진다.
많은 사람들이 “브랜딩을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무엇이 브랜드인지, 무엇이 브랜딩인지,
무엇을 브랜드로 만들고 싶은지는 정리하지 않은 채 움직인다.
나는 이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브랜드는 그림이고, 브랜딩은 그 그림을 그려가는 일이다.
브랜드란, 고객의 머리와 마음속에
내가 의도적으로 남기고 싶은 하나의 이미지다.
그 이미지는 로고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어떤 느낌인지,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지,
이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어떤 태도와 의미가 함께 연상되는지까지 포함한다.
반면 브랜딩은 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아니다.
브랜딩은 이미 정해진 이미지를
반복해서, 일관되게, 여러 접점에서 그려나가는 과정에 가깝다.
그래서 브랜드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 브랜딩은
아무리 많은 노력을 들여도 축적되지 않는다.
나는 이 차이를 설명할 때
브랜드를 ‘브레인 타투’라고 부르곤 한다.
새로운 개념을 정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브랜드와 브랜딩의 차이를 직관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한 표현이다.
타투를 떠올려보자.
타투는 단순히 바늘로 찌르는 행위가 아니다.
무엇을 새길지, 어떤 그림을 남길지 먼저 정해져야 한다.
그림이 없는 상태에서 바늘부터 들면,
결과는 타투가 아니라 보기 흉한 상처에 가까워져 버린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미지를 남기고 싶은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로고를 만들고, 콘텐츠를 쌓고, 마케팅을 시작하면
고객의 머릿속에는 아무 그림도 남지 않는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정보만 반복될 뿐이다.
그래서 많은 브랜드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이유는 노력의 부족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려야 할 이미지,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이미지는 단순히 그림이 아니라 떠오르는 형태, 메시지, 느낌 등을 포함한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
브랜드는 감각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느낌이 좋다”거나 “예쁘다”는 말로 정리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브랜드는 철저히 의도의 문제다.
내가 어떤 이미지를 남기고 싶은지,
그리고 그 이미지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그래서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는다.
좋은 디자인을 했다고,
마케팅을 오래 했다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브랜드는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설정된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브랜딩은 그다음이다.
그 이미지를 흐리지 않기 위해,
다양한 상황과 접점 속에서
같은 그림을 계속해서 그려나가는 일이다.
그림이 분명할수록 브랜딩은 단순해지고,
그림이 흐릿할수록 브랜딩은 점점 복잡해진다.
이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차례다.
그렇다면, 그 이미지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그리고 브랜드는 어떤 구조를 가질 때
비로소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