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물이 나왔다고 일이 끝난 건 아니다.

전문가로서 역할을 끝까지 해내는 것

by 이키드로우

“일은 결과로 보여주면 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일’은 과연 어디까지인가를

명확하게 정의 내리는 일은 중요하다.



특히

의뢰가 필요한 일일수록 그렇다.

사람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를 찾는다.

결과물을 대신 만들어달라는 뜻이 아니라,

판단과 방향까지

함께 맡기고 싶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결과만 던져놓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결과물은

항상 되려 일의 시작에 가까웠다.

이 결과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써도 되는지,

어떤 지점에서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했다.


브랜딩은 특히 그렇다.

잘 만든 브랜드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의도를 모르고 쓰면

금방 엇나가고,

맥락 없이 확장하면

브랜드는 빠르게 닳아버린다.


그래서 나는

브랜드를 만들면서

늘 함께 설명했다.

이 구조는 왜 이렇게 설계되었는지,

어떤 상황에서는

대표가 직접 판단해야 하는지,

어떤 영역은

팀과 공유해도 되는지,

어떤 부분은

외주나 파트너십으로 가는 게 맞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브랜드가

끝까지 잃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했다.

그걸 놓치면

아무리 잘 만든 브랜드도

쉽게 흔들린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설명들은

부연이 아니었다.

교육에 가까웠고,

리드에 가까웠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생길 수 있는지,

그때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은지,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가로서의 조언이었다.


나는

클라이언트가

내가 만든 브랜드를

의존해서 쓰길 바라지 않았다.

이해하고,

판단하고,

스스로 운영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야 브랜드가

나를 떠난 뒤에도

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명은

나를 드러내기 위한 말이 아니라,

클라이언트를

앞에서 올바르게 리드하기 위한 도구였다.

결과를 자랑하기 위한 설명이 아니라,

앞으로의 선택을

덜 흔들리게 만드는 설명.


일을 하다 보면

이 정도까지 말해줘야 하나

싶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경험상

그 설명을 건너뛴 일들은

시간이 지나서

다시 문제가 되곤 했다.

반대로

충분히 설명하고 교육한 일들은

불필요한 오해가 적었고,

결정도 훨씬 안정적이었다.


전문가는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과 이후의 상황까지 내다보고,

주의해야 할 지점을 알려주고,

앞에 서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

그들의 ‘리더’가 되어주는 사람.

나는 그 역할까지 포함해서

일이라고 여겨왔다.


그래서

결과물은 제대로 만들되,

설명과 교육은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에

어떤 의미에서 일은 끝나지 않았고,

브랜드는 올바르게

계속 사용될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게 내가 생각하는

전문가의 태도였다.

결과물로 증명하되,

설명과 조언으로

그 결과를

함께 리딩해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