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커질수록, 하지 않게 된 것들이 분명해졌다

모든 걸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기로 한 선택들

by 이키드로우

일이 성장해갈수록

할 수 있는 것들은 늘어난다.

제안도 많아지고,

선택지도 많아진다.

그럴수록

무언가를 더 해야 할 것 같다는

압박도 함께 커진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나는 일을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았다.

하지 않게 된 일들이

하나둘 분명해졌다.


못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하지 않기로 한 것들에 가까웠다.

이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이쯤이면 다들 한다는 말 앞에서

나는 자주 멈췄다.


그 선택들은

겉으로 보기엔

비효율적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기회를 놓치는 것처럼 보였고,

성장을 스스로 막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방법이

일의 중심을 지키는 방식이었다.


모든 일을 다 하면

결국 어떤 일도

제대로 남지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됐다.

일의 범위가 흐려지고,

역할이 섞이고,

기준이 조금씩 느슨해지는 순간들.

그때마다

나는 한 걸음 물러났다.


하지 않기로 한 일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나중에 설명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 같은 일,

일의 본질보다

외형이 앞설 것 같은 일,

끝나고 나서

스스로를 설득해야 할 것 같은 일.


그런 일들은

대체로

지금은 편하지만

나중에 무거워진다.

처음엔 작은 타협처럼 보이지만,

쌓이면

기준을 갉아먹는다.


그래서 나는

일이 커질수록

더 많이 비워두려고 했다.

이건 하지 않는다,

여기까지만 한다,

이 역할은 맡지 않는다.

그 선들이

오히려 일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하지 않기로 한 선택들은

나를 줄이는 선택이 아니었다.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분명히 하는 일이었다.

무엇을 잘하느냐보다,

무엇을 하지 않느냐가

점점 더 중요해졌다.


그렇게 비워둔 자리 덕분에

일의 중심은 흐려지지 않았다.

확장은 느렸을지 몰라도,

방향은 잃지 않았다.

그리고 그 방향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의외로 분명했다.


지금 돌아보면

나를 팔지 않는다는 건

무언가를 더 내세우는 일이 아니라,

필요 없는 것을

계속 내려놓는 일이었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선택들,

그 선택들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일이 커질수록

무엇을 더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먼저 묻게 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