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려움이 모두 사라진 뒤에 행동한 적은 없었다
이 편지를 쓰면서
너에게는
먼저 한 가지 고백을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잘 행동하는 사람이었지만
두렵지 않기에 행동한 적은 거의 없다.
오히려 늘 반대였다.
겁이 났고, 망설여졌고
가능하다면 계속 미루고 싶은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뭇사람들은 용기를
두려움이 없는 상태라고 말하지만,
내가 살아오며 만난 용기는
언제나 두려움 한가운데에 있었다.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확신이 없기 때문에
움직이기라도 했던 순간들에 가까웠다.
선택 하나로
관계가 무너질 수도 있었고,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었다.
괜히 나섰다가
괜히 말했다가
괜히 행동했다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올까 봐
늘 조심스러웠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용감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겁이 많은 편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느낌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전하기는 하지만
가만히 있는 동안
조금씩 내가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말하지 않은 말들이
목에 걸린 채 남아 있었고,
하지 않고 묵혀버린 행동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더 무겁게 짓눌렀다.
위험을 피하려다
나 자신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점점 선명하게 느껴졌지.
그때 알게 됐다.
움직이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라는 걸.
그리고 그 선택 역시
결과를 남긴다는 걸.
그래서 나는
두려움이 사라지기까지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여러 번 경험했으니까.
두려움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다
두려움을 안은 채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떨리는 상태 그대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쪽을 선택했다.
용기는
두려움을 이기는 힘이 아니라
두려움을 데리고
결정을 내린 후 행동하는 태도에 가까웠다.
떨리지만 멈추지 않는 것,
확신은 없지만
외면하지 않는 것.
혹시 네가 지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멈춰 서 있다면,
그건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두려움을 느낄 만큼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용기는
대단한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다.
사라지지 않는 두려움 앞에서
그래도 나를 포기하지 않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여전히 두려운 상태로
몇 번의 선택을 해왔다.
그 선택들이
항상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과정 속에서
나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이 편지를 남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두려움이 없어지지 않아도
그냥 움직여도 된다는 걸,
그게 내가 아는
용기의 전부라는 걸
조용히 전해 두고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