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곁에 남아도 서로를 소모하지 않는 관계
실제로
나와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는
한 손에 꼽는다.
자주 만나지 않고,
연락도 잦지 않다.
그중에는
벌써 십 년 가까이
얼굴을 못 본 친구도 있다.
사는 곳이 멀어졌고,
각자의 삶이 바빠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관계가 옅어졌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래서 더 편하고, 더 좋다.
우정은
곁에 붙어 있는 시간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걸
그 관계들을 통해 알게 됐다.
자주 보지 않아도,
같은 일상을 공유하지 않아도
괜찮은 관계가 있다.
오래 곁에 남는 우정은
서로를 소모하지 않는다.
안부를 묻지 않는 시간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거리감을
불안으로 바꾸지 않아도 된다.
각자의 삶을 살다가
어느 순간 다시 만나도
굳이 맞추지 않아도 되는 관계.
그동안의 공백을
증명하려 들지 않아도 되는 상태.
그래서 우정은
함께 있는 시간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을
어떻게 견디느냐에 더 가깝다.
서로의 부재를
배신으로 해석하지 않고,
변화를
멀어짐으로 단정하지 않는 태도.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확인하려 들지 않아도 되는 관계는
그 자체로 이미
신뢰 위에 서 있다.
나는 이제
우정을 늘리려 하지 않는다.
대신
편안하게 남아 있는 관계를
귀하게 여긴다.
말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고,
오래 못 봐도
관계가 줄어들었다고 느끼지 않는 사이.
서로의 삶을
소비하지 않는 관계.
우정은
매일을 함께하는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삶을 살고 돌아왔을 때
여전히 편안한 자리로 남아 있는 관계다.
그 정도의 우정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