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를 치는 능력
자유는
울타리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스스로 울타리를 치는 능력에 가깝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의 크기,
내가 삶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선을
스스로 정하는 일.
그 울타리 안에서
사람은 비로소 자유롭다.
울타리 없는 자유는
자유라기보다
혼돈에 가깝다.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말은
방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은
무엇도 하지 않거나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자유는
내 영역이 무한히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한정될 때
자유로써의 참된 형태를 갖는다.
나는 자유를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상태로
이해하지 않게 됐다.
진짜 자유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하는 힘이면서 동시에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 않아도 되는 말,
가지 않아도 되는 자리,
지금의 나에게는
필요 없는 선택들.
그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을 때
삶은 오히려 가벼워진다.
자유는
더 많은 선택에서 오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선택을 덜어낼 때
선명해진다.
울타리를 친다는 건
나를 가두는 일이 아니다.
나를 아무 데로나
흘러가게 두지 않겠다는 결정에 가깝다.
책임질 수 없는 약속을 하지 않고,
감당하지 못할 기대를
스스로에게 부과하지 않고,
지금의 삶을 무너뜨릴 선택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 않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자유의 시작이다.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 자유는
가볍지 않다.
하지만 그 무게 덕분에
삶은 내 것이 된다.
나는 이제
자유를 넓히려 하지 않는다.
대신
지킬 수 있는 범위를
정확히 알고 싶어 한다.
그 울타리 안에서
자유한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