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결과가 아닌, 시도하며 살아왔다는 증거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다.
그만큼 실패는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는다.
실패는
가만히 있었던 사람에게는
찾아오지 않는다.
움직였고,
선택했고,
무언가를 걸었던 사람에게만
남는 흔적이다.
그래서 나는
실패를 볼 때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하나의 사실을 먼저 본다.
나는 계속
시도하며 살아왔다는 것.
실패는
늘 결과처럼 취급된다.
이미 끝난 일,
되돌릴 수 없는 선택,
증명된 무능처럼.
하지만 그 해석은
실패의 일부만 본 것이다.
실패는
잘못됐다는 표시이기 전에
살아 있었다는 기록에 가깝다.
아무것도 걸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무너지지 않는다.
실패는
내가 그 자리에
내 시간을,
내 선택을
올려놓았다는 증거다.
그래서 실패가 아픈 이유는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그 실패가
나의 시도 전체를
부정해버릴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한 번의 실패가
사람 전체를 설명하는 것처럼
취급될 때
실패는 무게를 갖는다.
하지만
실패하지 않기 위해
시도하지 않는 삶은
안전할 수는 있어도
확장되지는 않는다.
그건 실패 없는 삶이 아니라,
시도 없는 삶에 가깝다.
내가 생각하는 실패는
틀렸다는 증명이 아니다.
실패는
이 방식으로는
더 이상 나를
견인하지 못한다는
하나의 정보다.
그 정보 덕분에
다음 선택이 생긴다.
그리고 나는
실패를
성공의 반대편에 두지 않는다.
실패는
내 성공으로 가는 과정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
지나온 실패들은
성공을 방해한 게 아니라,
성공의 형태를
조금씩 구체화해 왔다.
실패는
방향을 수정하라는 신호이지,
멈추라는 명령은 아니다.
다만
그 신호를 읽지 못하면
실패는 상처로만 남는다.
그래서 실패에는
정직함이 필요하다.
무엇을 시도했는지,
어디까지는 내 선택이었는지,
어디부터는
내가 감당하지 못한 영역이었는지.
그걸 구분할 수 있을 때
실패는
자책이 아니라
자료가 된다.
나는 이제
실패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대신
한 번 더 확인한다.
나는 여전히
시도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지.
실패가 있다는 건
그 질문에
아직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실패한 나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도하는 나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실패는
나를 멈추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실패는
내 성공을 향한 과정 속에
이미 들어와 있었던
정직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