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
침착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타고난 차분함도 아니고,
감정을 덜 느끼는 능력도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침착은
나다움을 지키기 위한 도구에 가깝다.
살다 보면
감정이 앞서는 순간들이 있다.
억울함이 말을 재촉하고,
분노가 행동을 밀어붙이고,
불안이 선택을 왜곡한다.
그 순간의 나는
평소의 내가 아니다.
침착은
그 상태에서
잠시 멈추게 해 준다.
지금의 이 반응이
정말 나다운지,
아니면
감정이 대신 나서고 있는지를
구분할 수 있게 만든다.
그래서 침착은
감정을 없애는 기술이 아니다.
감정을 밀어내지도 않는다.
다만
감정이
나를 대표하지 않게 하는 거리다.
그 거리가 없을 때
사람은 쉽게
자기답지 않은 말을 하고,
자기답지 않은 선택을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가장 많이 후회하는 건
결과가 아니라
“왜 그때 내가 그랬을까”라는 질문이다.
침착은
그 질문을 줄여준다.
침착할 수 있다는 건
지금의 감정보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지를
한 번 더 떠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이
내 기준과 맞는지,
이 행동이
내가 지키고 싶은 삶의 방향과
어긋나지는 않는지.
침착은
상황을 통제하기 위한 힘이 아니라,
나를 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래서 침착은
늘 성공하지 않는다.
때로는 감정이 먼저 튀어나오고,
이미 말해버린 뒤일 수도 있다.
그래도 침착은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만든다.
‘아, 이건 내 모습이 아니었구나’ 하고
기준으로 돌아오게 한다.
나는 이제
침착을
좋은 태도나 예의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침착은
감정이 요동치는 상황에서도
내 삶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도구다.
그 도구가 있을 때
나는 덜 흔들리고,
덜 후회하며,
조금 더 오래
나로 남을 수 있다.
침착은
감정을 이기는 힘이 아니라,
감정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게 해주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