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태도가 남긴 흔적
존경은
멀리 있는 사람에게 느끼기는 쉽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좀처럼 쉽게 느껴지지 않는 감정이다.
멀리 있으면
그 사람의 잘되고 멋진 모습이 도드라지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존경할 수 있다.
하지만 동고동락하는 상태,
그 사람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 머무르게 되면
온갖 모습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존경보다는
실망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오히려 더 흔하다.
그래서 가까이서도 존경이 남아 있다는 건,
생각보다 드문 일이다.
내가 말하는 존경은
바로 그런 가까운 자리에서
끝내 사라지지 않는 마음에 가깝다.
말과 행동이 크게 어긋나지 않고,
상황이 달라져도
기준이 쉽게 흔들리지 않고,
유리한 순간뿐 아니라
불리한 순간에도
태도를 바꾸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을 가까이에서 오래 지켜볼 때,
존경은
의식하지 않아도 남는다.
나는
내가 존경하는,
내가 어른으로 인정하는 분이 몇 분 있다.
그중 한 분은
내가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
다니던 회사의 사장님이다.
그분은
일을 유난히 잘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분명한 사람이었다.
성과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했고,
막무가내로 일을 지시하기보다
직원들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였고,
관계를 빠르게 정리하기보다
정직하게 이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거래처와의 관계에서도
당장의 이익보다
자신이 정한 약속을 지키는 쪽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결국 더 오래가는 신뢰로 돌아온다는 걸
삶으로 보여주었다.
그 시절의 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기보다,
저런 태도로 살아가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때로부터 스무 해가 넘게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연락을 하고 지낸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분을 존경한다.
존경은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시간을 무수히 지나고 나서도
없어지지 않는, 지속되는 마음이라는 것을
그 관계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존경을 목표로 삼기보다,
존경이 남을 수밖에 없었던
그분의 태도를
내 삶에 옮기려 애쓴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
일을 감당하는 자세,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의 선택들.
그 하나하나가
가까운 자리에서도
끝내 무너지지 않는
존경의 마음을 만든다는 걸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존경은
우러러보게 만드는 감정이 아니라,
가까이 머물고 싶게 만드는
신뢰의 감정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를 존경할 수 있는 기억이
내 삶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의 삶 가까이에 머물렀을 때에도
실망보다
존경에 가까운 마음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