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

그레이존 앞에서 지혜를 선택하는 일

by 이키드로우

분별은

옳고 그름을 단순히 가르는 능력이 아니다.


누가 맞고 틀렸는지를 판단하는 기술도 아니고,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요령도 아니다.


분별은

일종의 지혜에 가깝다.


숱한 그레이존들 앞에서

지금의 내 상황에

가장 적합한 선택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선택이

타인에게 악영향을 주지는 않는지,

가능한 한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방향은 어디인지.

그걸 가늠해 보는 힘이다.


삶의 많은 선택들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누군가를 배려하면

누군가는 불편해지고,

이쪽을 지키면

저쪽은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분별은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선택지 안에서 최선을 찾는 일에 가깝다.


이게 완벽한가를 묻기보다,

이 상황에서

가장 덜 해로운 선택은 무엇인지,

가장 책임질 수 있는 방향은 어디인지를

차분히 따져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황을 제대로 해석하는 통찰이 필요하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

여기에 얽힌 사람들의 입장,

이 선택이 남길 결과와 여운까지.


그걸 충분히 바라본 뒤에야

분별은 비로소 작동한다.


분별은

타고나는 감각이 아니다.

많은 선택 앞에서

실패해 보고,

후회해 보고,

다시 돌아보는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길러지는 힘이다.


정답은 아니더라도

그중에서

가장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을 해보려는 태도,

그 태도가 쌓이면서

분별은 훈련된다.


분별이 없는 성실함은

쉽게 소진되고,

분별이 없는 선의는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기 쉽다.


그래서 분별은

차갑게 선을 긋는 태도가 아니라,

삶을 더 오래,

더 온전히 이어가기 위한 기준이다.


모든 선택이

옳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왜 이 선택을 했는지는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


그 정도면

그 선택은

충분히 지혜로웠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