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기분으로만 이해할 때 생기는 일

누리고 있는데도 허전해지는 이유

by 이키드로우

행복을 기분으로만 이해하면

하루의 판단 기준이 나쁜 의미로 단순해진다.

즐거우면 괜찮은 날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쉬운 날이 된다.


문제는 이 기준이

너무 빨리 바뀐다는 데 있다.

아침의 기분이 하루를 대표하지 못하고,

어제의 만족이 오늘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했다고 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허전해진다.


기분은 채워질 수 있지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도

이상하게 비어 있는 날이 있다.

즐거운 약속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괜히 마음이 가라앉는 경우가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복을 기분으로만 다룰 때

우리는 자꾸 더 채우려 한다.

더 즐거운 계획을 세우고,

더 많은 자극을 찾고,

다음 만족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렇게 채운 것들은

생각보다 오래 남지 않는다.


그래서 이상한 일이 생긴다.

분명히 누리고 있는데,

분명히 즐거웠는데,

하루하루를 돌아보면

뭔가 남는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

행복이 있었던 것 같은데

손에 쥐어지지는 않는다.


이때 허무함이 찾아온다.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준이 없어서 생기는 감정이다.

무엇을 채웠는지는 기억나지만

왜 그게 필요했는지,

무엇을 위해 필요했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행복을 기분으로만 이해하면

하루는 소비된다.

좋았던 순간은 지나가고,

그날이 어떤 날이었는지는 남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저것으로 나를 채우는 하루를 반복하면서도

점점 더 허전해진다.


누림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누림이

삶 전체를 설명해주지 못할 때다.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 괜찮았는지,

아니면 그날이

어떤 방향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 구분이 없으면

행복은 늘 순간에 머문다.


행복이 오래 남지 않는 이유는

행복을 잘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다.

행복을

다소 가볍게 다뤄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