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지면서 동시에 의미를 남기는 시간
인풋과 아웃풋이
항상 분리되어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순간에는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오히려 내가 더 채워지고,
그 동시에
누군가에게도 무언가를 남기고 있다는
분명한 감각이 든다.
예를 들면 이런 순간들이다.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다가
그 문장을 누군가에게
꼭 건네고 싶어질 때.
산책을 하며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 글로 남기고,
그 글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덜 복잡하게 만들었을 때.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상대도 나도
같이 정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이때의 특징은 분명하다.
억지로 내고 있다는 느낌이 없고,
소모됐다는 기분도 남지 않는다.
오히려
말하고 나서 더 또렷해지고,
건네고 나서 더 단단해진다.
이건
인풋과 아웃풋이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신호다.
이런 순간의 아웃풋은
속도가 느리다.
급하게 만들어지지 않고,
반응을 노리지도 않는다.
이미 충분히 이해했고,
정리됐기 때문에
굳이 힘을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래서 이 시간은
피로를 남기지 않는다.
일을 했는데도
기운이 빠지지 않고,
사람을 만났는데도
혼자만의 시간이
덜 필요해진다.
이건 분명한 차이다.
반대로
인풋과 아웃풋이 어긋나 있을 때는
신호가 바로 온다.
계속 보고 있는데
아무 생각도 남지 않거나,
계속 내고 있는데
왜 이걸 하는지 모르겠을 때.
그때는
채워지지도, 남기지도 못한 상태다.
인풋이자 아웃풋이 되는 순간은
의도적으로 만들기보다는
조건이 맞을 때 생긴다.
양질의 인풋이 충분히 쌓여 있고,
아웃풋의 방향이
‘사람에게 닿는 것’으로 정렬돼 있을 때.
이 두 가지가 맞물리면
삶은 자연스럽게 순환한다.
이 순간을 자주 경험할수록
행복은 설명이 필요 없어지고
내 안의 삶의 기준은 더 분명해진다.
내가 지금
나를 채우고 있는지,
아니면
나를 소모하고 있는지
느낌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인풋과 아웃풋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열심히 살고 있다는 느낌보다
잘 살고 있다는 감각에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