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풋도 아웃풋도 아닌 시간들

아무것도 남지 않는 상태를 알아차리는 기준

by 이키드로우

하루를 돌아봤을 때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나는데

내 상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떠오르지 않는 날이 있다.

바쁘게 시간을 보냈고

몸도 계속 움직였는데

조금도 나아진 느낌이 없다.

이런 시간은

인풋도 아니고 아웃풋도 아니다.


인풋은

그 시간이 끝난 뒤

내 안에 무언가가 남는다.

생각이 정리되거나

감정이 가라앉거나

몸이 조금이라도 회복된다.


아웃풋은

그 시간이 끝난 뒤

밖에 무언가가 남는다.

누군가에게 닿았거나

무언가를 건넸거나

흔적이 생긴다.


그런데 이 둘에

속하지 않는 시간이 있다.

시간은 흘러 보냈는데

안도 바깥도 달라지지 않은 상태.

그냥 시간이 지나간 것뿐인 상태.

이게 바로

인풋도 아웃풋도 아닌 시간이다.


이 시간의 가장 분명한 특징은

집중이 아니라 분산이다.

한 가지에 몰입하지 못하고

계속 다른 것으로 넘어간다.

무언가를 하고 있긴 한데

그 일에 온전히 들어가 있지 않다.

그래서 끝나고 나면

머리는 더 복잡해지고

몸은 더 무거워진다.


이건 휴식이 아니다.

휴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회복이 일어난다.


이런 시간은

소모되는 시간이다.

에너지는 빠지는데

채워지는 것도

남는 것도 없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

하루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시간은 꽤 썼는데

잘 살았다는 느낌이 없다.

이때 사람들은

의욕이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방향 없이 시간을

흘려보낸 상태에 가깝다.


이 시간을 구분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그 시간을 보낸 뒤

내 상태가 이전보다 나아졌는지

아니면 더 흐트러졌는지.

조금이라도 정리됐다면 인풋이고

무언가가 남았다면 아웃풋이다.

둘 다 아니라면

그건 그냥 흘려보낸 시간이다.


이런 시간을

완전히 없앨 필요는 없다.

누구에게나 생긴다.

중요한 건

이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태에 오래 머물지 않는 선택이다.


인풋도 아웃풋도 아닌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행복으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반대로

이 시간을 빠르게 구분하고 줄일 수 있으면

삶은 다시 분명해지고

행복은 가까이 다가온다.


행복은

시간을 많이 썼다고 생기지 않는다.

그 시간이

나를 어디로 데려갔는지,

인풋인지 아웃풋인지,

둘 다인지 둘 다 아닌지를

잘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