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조금 더 또렷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

잘 살고 싶은 욕심이 아니라, 흐리지 않겠다는 태도

by 이키드로우

조금 더 또렷하게 살고 싶다는 말에는

대단한 결심이 들어 있지 않다.

완벽해지고 싶다는 뜻도 아니고

남들보다 잘 살고 싶다는 욕심도 아니다.

그저

흐린 상태로 하루를 넘기고 싶지 않다는

조용한 태도에 가깝다.


또렷하다는 건

항상 확신에 차 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데서 시작된다.

내가 지금

채워야 하는지

내보내야 하는지

아니면 잠시 멈춰야 하는지

그 정도를 알고 있는 상태다.


이 기준이 없을 때

삶은 쉽게 흐려진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왜 이렇게 공허한지 설명하기 어렵고

바쁘게 움직였는데

무엇을 했는지 남지 않는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더 큰 의욕이 아니라

방향이다.


이 책에서 말한 행복은

기분이나 감정만을 뜻하지 않는다.

양질의 인풋으로

삶을 음미하는데서 오는 만족감과

의미 있는 아웃풋이 주는

보람과 성취감이

내 삶 안에서 적절하게

제자리를 찾고 있는 상태다.

많이 누렸는지보다

맞게 쓰였는지가 중요하다.


또렷하게 산다는 건

인풋과 아웃풋을

의식적으로 구분해 보겠다는 선택이다.

지금 이 시간이

나를 안쪽에서 움직이고 있는지

아니면 바깥으로 향하고 있는지

혹은

아무 데도 닿지 않고 흘러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다.


이 질문은

삶을 무겁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단순하게 만든다.

오늘을 잘 살았는지를

성취나 결과로 판단하지 않고

방향으로만 바라보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회보다는

조정이 남는다.


또렷함은

한 번 생기면 유지되는 상태가 아니다.

계속 흐려지고

계속 다시 맞춰야 한다.

하지만 이 기준을 한 번이라도 가져본 사람은

알게 된다.

삶이 흔들려도

완전히 잃어버리지는 않는다는 걸.


조금 더 또렷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은

삶을 바꾸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지금 이 삶을

제대로 보고 살겠다는 선택이다.

그 선택 하나만으로도

행복은

충분히 현실적인 자리에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