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을 새롭게 정의해 본다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었다.
늘 새벽에 하루를 맞이한다.
부지런해서는 아니다.
아이들 등교를 시켜줘야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일찍 일어난다.
1년을 그렇게 하다 보니
몸에 베였나 보다.
알람을 듣지 않아도
늘 비슷한 시간에 눈이 떠진다.
회사로 몸을 달려
해야 할 일들을 해야 하는데
도무지 집중이 잘 되지 않는 요즈음이다.
일에 집중이 되지 않으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데,
딴에는 꽤나 생산적인 행위라 생각하여
한동안 계속 집중이 되지 않는 시간에
글 쓰고 그림 그리는 나를 허용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글과 그림으로
도망쳐 들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생산적인 일들도
내 삶이 내게 던지는 과제를 피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산성 있어 보이는 일들도
삶에서 도망치기 위한 도피처가 될 수 있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일을 해야 돈을 벌지.
알고 있으면서도
잠깐
도망치고 싶었나 보다.
돈을 버는 압박에서,
나를 누르고 있는 온갖 책임들에서.
한편으로 삶은 참 재미있다.
한시도 나를 안주하게 하지 않는다.
‘이건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이야!’라고 선언하면
삶은 또 거기에 반박할만한 생각들을 내게 던지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라고 말하며
늘 내 생각과 관점을 뒤집어 놓는데,
이제는 이런 게 재미있는 지경까지 왔다.
무기력증 중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무기력증도 있지만
뭔가에 미친 듯이 몰두하는 무기력증도 있다고 들었다.
지금의 내 상태를 살짝 의심해 본다.
무기력은 단순히 ‘힘이 빠진 상태’가 아니라
‘어딘가로 자꾸 도망치려고 하는 상태’ 인가보다.
나는 지금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저 정의가
무기력의 새로운 정의가 될 수 있다면
지금의 내 상태는 딱 무기력증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무언가에 몰두해서 미친 듯이 하는 상태,
몰두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상태,
하지만 정작 지금 해야 할 것들은 미뤄둔 상태.
조금은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나를 돌볼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나 진짜 무기력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