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거 비추입니다.
작년 4월 즈음해서부터
잠을 잘 못 자게 되었다.
원래 잠을 잘 자는 편은 아니었다.
무호흡증 때문에 양압기도 껴야 하고
생각이 많은 편이라
자려고 누우면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며 휘젓고 다닌다.
일상에 너무 영향을 많이 끼치는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
‘세로토닌’이 다 고갈된 것 같다고 했다.
세로토닌. 소위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보통은 서서히 닳았다가 또다시 채워지고 하면서
밸러스를 맞춘다는데,
어떤 경우에는 갑자기 한꺼번에 확 고갈되기도 한단다.
그러면 좀 인위적이긴 하지만
세로토닌을 약으로 먹어줘야 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수면제는 아니지만 잠에 도움을 주는
(나는 아직 여전히 정체 모를) 약을 처방받아서
먹기 시작했다.
1년은 아니지만,
벌써 1년이 다되어간다.
의사 선생님께 이거 계속 먹으면 내성 생기는 게 아니냐고
물어보니까
먹어서 잠의 질이 조금 나아졌다면 안 먹을 이유가 없다,
내성 생기거나 몸에 안 좋은 건 아니니 걱정 마라,
자기도 먹는다 라며 안심을 시켜주셨다.
오늘도 병원에 들르는 날이라
약을 타러 병원에 갔다.
번아웃, 과각성에 대해 여쭤보니
어떤 일을 하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브랜드 디자인, 컨설팅이랑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쓴다라고 대답했다.
순간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자기 앞에 놓인 종이에
‘글, 그림’이라고 쓰시더니
단어 주위로 동그라미를 막 치시면서
던지신 첫마디,
‘저는 그거 비추입니다’
음???
순간 잘 못 들은 줄.
글과 그림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여기 환자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살게 아니라면
글과 그림은 취미정도로만 해둬라,
차라리 음악은 낫다, 협연하고 협동하니까,
그런데 글과 그림은 너무 한 개인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거라
사회적으로 고립감이 들 수가 있다,
가기 아들 둘이 있는데
하나는 글 쓴다 하고 하나는 그림을 그린다 해서
자기도 지금 멘붕이다 등등의 말씀을
속사포처럼 쏟아내셨다.
멍~하게 그 말들을 들었다.
의사 말이라고 귀담아듣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타입은 아니라
그리 타격은 없었지만
‘정신과 의사에게 글, 그림 그리는 작가들은
약간 다 환자처럼 보이겠구나 ‘하는
작은 사실 하나는 알게 되었다.
삶이 힘들고 견뎌보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데,
몰두하고 몰입하려 하는 것들인데
그걸 하지 말라면,
도대체 어떡하라는 거지??
비교적 짧은 면담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결국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내린 결론,
할 때는 몰입해서 하되
사람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 작가가 되면
되지 않나??
소통을 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갇히는 것이 문제라면
안 갇히면 되지 않나?
어쨌든 글과 그림을 놓지 못하겠다고
선생님께 반박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선생님의 말들에 강하게 반박하며,
한편으로는 그 말들을
완전히 부인도 못하며
약간은 유치하게
혼자 마음속으로 선생님의 말들에
하나하나 또박또박 대들었다.
‘꿈을 덜 꾸는 약’은 기존과 똑같이 처방되어
약봉투에 들어있었다.
약을 받아 병원을 나오는데
조금은 서글픈 감정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