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딩굴거렸다

이런저런 독백

by 이키드로우

몸이 아픈 것에도 난 좀 무딘 편이지만

정신이 아픈 것에도 똑같이 무딘 편인가 보다.

그렇게 무디게 있다 보면

이상신호는 내 생각보다 더 강하게 나를 덮친다.


아무래도 오늘은 아침부터 조금 기운도 없고

말 그대로 무기력 상태여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작정하고 오늘 하루를

그냥 날리기로 맘먹었다.


날린다는 표현보다 쉰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고 호의스럽겠지만

아직 내 입장에서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서 딩굴거린날은

하루를 날린듯한 느낌이 든다.


양질의 인풋이 필요한데

요즘엔 너무 아웃풋에 집중한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도

‘잘 쉬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하루를 날렸다고 인지하는 내 머리 자체가

지금은 좀 문제인듯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거리며 있으니

진짜 조금씩 회복이 되는 느낌이 있다.

아침의 무기력 상태보다는

조금 더 의욕이 생기고

내일은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목표는 이번 일주일이다.

일주일 동안 무리하지 않고

최대한 가만히 뒹굴거리며

때로는 멍 때리며 있어볼 계획인데,

어째 잘 될지는 모르겠다.




그 뒹굴거리는 와중에도

이렇게 글쓰기를 놓지 않는 건

그래도 글쓰기만큼

내 속을 쏟아놓으며

후련해질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


수다는 오히려 나를 더 공허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다지 즐겁지 않은 이야기인 경우에는

나는 말보다 글이 더 좋은 것 같다.

글로 한 자 한 자 적어내리다 보면

내 속에 있는 생각의 실타래들이

하나 둘 풀리기 시작한다.


모든 매듭들이 풀리지는 않아도

글쓰기를 통해 많은 생각이 정리된다.




오늘, 잘 잘 수 있겠지?

딱히 한일 없는 오늘 하루라

내 몸이 본능적으로 잠을 거부하며

또 생각의 늪으로 나를 빠지게 할까

조금은 두렵다.


잠을 깊이 자야 다음날 회복이 되는데

수개월간 잠을 깊게 자지 못하고 있다.

꿈을 너무 생생하게 많이 꾸다 보니

병원에서 ‘꿈을 덜 꾸는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잠이 드는데도

내 기대만큼 시원스럽게

잠들고 일어나지 지는 않는 것 같다.


잘 잤어?

응, 잘 잤어.

라고

으레 주고받던

식상한 그 인사들이

이제는 너무도 그립다.

진심으로

잘 자고 싶다. 플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