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분담의 기준에 대하여

나만 잘하면 된다고 믿었던 선택의 대가

by 이키드로우

꽤 긴 시간 동안 나는

나만 잘하면 된다고 믿었다.


내 몫은 내가 책임지고,

내 일은 내가 감당하면

어떤 상황이든 무리 없이

굴러갈 거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탓하지 않는 태도가

어른스러운 것이라 여겼다.


이 생각은

내 삶을 빠르게 정리해 주었다.

핑계를 덜 하게 되었고,

문제가 생기면

먼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었다.

결정은 빨라졌고,

일은 혼자서도 꽤 잘 처리해 낼 수 있었다.


이런 모습의 내 모습은

확실히

어느 정도의 성숙한 면을

포함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내 생각과는 다르게

불편함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일이 어긋나고 있어도

굳이 타인과

역할을 나누려 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더 열심히 하면

상황이 정리될 거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그 선택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릴 때는

모든 걸 혼자 결정하지 않아도 됐다.

문제가 생기면

중간에 어른들이 끼어들었고,

상황은 정리되었고,

마지막 책임은

항상 다른 어른이 짊어졌다.

나는 그 안에서

내가 맡은 만큼만 하면 되는 사람이었다.


그때는

책임을 나눈다는 개념을

굳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어른이 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결정은 내가 했고,

결과도 내가 감당해야 했다.

누군가 대신 나서주지 않았고,

정리되지 않은 문제는

고스란히 내 몫으로 남았다.


그 과정에서

나는 한 가지를 배웠다.

책임을 잘 지는 법이다.

하지만 동시에

배우지 못한 것도 있었다.

책임을 나누는 것이다.


이건 함께 판단했으면 좋겠다는 말,

여기까지는 내 몫이고

그다음은 같이 해결하자는 말,

이 일은 혼자 떠안기엔

너무 크다는 말.


이런 말들은

입 밖으로 꺼내기 전에

늘 망설여졌다.

변명처럼 보일까 봐,

능력이 부족해 보일까 봐,

어른답지 않아 보일까 봐.


그래서 나는

말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나누기보다

혼자 감당하는 쪽을 택했다.


그 선택은

처음엔 문제없어 보였다.

일은 해결됐고,

큰 마찰도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책임은 내쪽으로만 쏠렸다.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함께 고민한 흔적은 남지 않았고,

결정은 늘 혼자 내렸지만

그 결정이 맞는지

확인할 기회는 점점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잘하고 있다는 감각보다

견디고 있다는 느낌이 더 커졌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잃어버린 건

책임감이 아니라

분담의 기준이었다.


무엇을 혼자 짊어지고,

무엇은 함께 나눠야 하는지.

어디까지는 말없이 감당하고,

어디부터는 말을 꺼내야 하는지.

그 선을 세우지 않은 채

나는 오랫동안 혼자서만 버텨왔다.


요즘의 나는

결정 앞에서

한 번 더 묻는다.

이건 정말 내가 혼자 가져야 할 일인지,

아니면

누군가와 나누는 게 맞는 일인지.


분담은

책임을 피하는 방식이 아니다.

더 좋은 일의 결과를 위해

각자가 져야 할 책임을

제위치에 되돌려놓는 일에 가깝다.


모든 걸 혼자 떠안는 태도는

강해 보일 수는 있어도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타인과 나눌 수 있는 몫을

구분하지 못하면

결국

혼자 견디고 버티는

고생길을 가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책임을 혼자 끌어안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책임을 나눌 수 있는 현명함을

시기 적절히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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