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앞에 서성거리다.

결국 나 칭찬받고 싶었던 거야?

by 이키드로우

확실히

우울함은 아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조금 다르다.


결과적으로 어떤 상태인가 하면

시간 앞에 그냥

서성거리고 있다.

할 일은 도처에 널려 있건만

해야 할 의욕이

도무지 생기지가 않는다.


그나마 남아있는

키보드 칠 힘으로

겨우겨우 글을 쓰고 있다.




그렇게 심각하거나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간 또 열심히 달려오기도 했으니까.

조금은 과부하가 걸렸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느끼겠지만

스프링을 꾸우우우욱 눌러야 하는 시기가

필요하지 않은가.

(그래야 다시 튀어오를 수 있으니까)

나 같은 경우는 그냥 계속 잔다거나

진자 그냥 널브러져 있는 게

스프링 누르는 시기에 해당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각종 볼거리들도

이런 시기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에도

사람을 만나는 것에도

크게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조금 생각을 해보니,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들 모아놓고 강의나 강연을 하라 하면

그건 또 재미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쓰기도 그나마 힘내서 할 수 있을 것 같고.




무슨 차이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회사일인 브랜딩과 디자인도 너무 사랑하는데

약간 힘이 빠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그림도 디자인도

‘착수’ 자체가 어렵다.


그렇지만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면

모임을 주도하거나

글을 쓰는 것에는

그나마 힘이 빠지지 않은 상태로

그것들을 이어갈 수가 있다.




피드백! 반응의 문제일까?

강의나 강연, 모임을 주도하는 것,

그리고 글쓰기(특히 브런치에서는)는

어느 정도 바로바로 사람들의 반응이 온다.

소통의 느낌의 그 즉시즉시 나오다 보니

그나마 힘을 내는 게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브랜딩과 디자인은 워낙에 오래 한 일이라

피드백 자체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림 역시

그리는 동안에 나 스스로 몰입되는 느낌은 좋지만

사람들과 소통 또는 반응이 없게 되면

쉽게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소통을 가장한

‘인정’의 문제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내 존재가치를

인정받음으로 채우려고 버둥대고 있는 시기인가 보다.

이런 건 어린 시절에 다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마는 아닌가 보다.


40대 중반이 된 지금

더더욱 삶을 잘 살고 싶다는 욕구는 강한데

그 ‘잘 산다는 것‘을

스스로를 뛰어넘어

타인에게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치솟는가 보다.


작년에 그림을 미친 듯이 그려내고

글도 (진짜) 미친 듯이 써내리면서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래도 잘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이제 그 수위를 훌쩍 넘어

스스로에 대한 인정으로는

성에 차지가 않는가 보다.


파고들어 가 보면

꽤나 유치하고 순수한 마음이네.

유치해서 민망하고

순수해서 조금은 귀여운 그런…




한쪽으로 너무 의견을 몰아붙인 것 같다.

꼭 인정욕구 때문이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어쨌든 글을 쓰며 생각해 본 결과

인정욕구에 대한 갈증이

치솟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스스로를 부인하지 말자.

스스로 속이는 것이 제일 치사하니까.


신중하게 생각해 보자.

그러면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인정에 대한 갈증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선에서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도

어떻게 해 나갈지에 대해

방법론적으로 접근해서 다가가보자.


아직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일단은 이거다.

스프링을 눌러놓는 기간 동안은

초조해하거나 불안해 말자.

그냥 잠이 오면 자자.

서성거릴 수밖에 없다면

그냥 서성거리자.


단, 인정욕구를 외로움과 착각하지는 말자.

외로움과 착각하면

자꾸 누군가를 찾게 되고

엉뚱한 데서 나를 증명하려 노력하게 되니까.

차라리 그냥

하릴없이 서성거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