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자체로 선한 영향력을 끼친 다는 것
나보다 연배가 많은 어른들 중
내가 존경하는 어른은 단 한 명.
너무 야박한가?
좋아하는 어른은 많지만
존경하는 어른은 단 한 명이다.
자주는 못 뵙지만
설, 추석 연휴 때면
가능한 한 들러서 인사를 드리고
함께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2006년 겨울,
대학 4학년 2학기 중에
과에서 1호로
디자인 기획실에
대리 직급으로 취직했다.
하지만 그곳은
내가 생각했던 디자인 판이
아니었다.
디자이너의 기획과 주도성은
하나도 남지 않은,
그냥 클라이언트의
수족 역할을 하는
그런 회사였다.
일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나는 3학년 복학 전에
잠시 일했던 카페에서
내게 커피를 가르쳐 주셨던 분을
떠올렸다.
당돌하게 전화를 해서
일자리 있냐고 대뜸 묻고
면접을 보러 갔다.
남들 손발 역할의 디자인을 할 바엔
커피 관련 일을 하며
틈틈이 내 그림을 그리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입사하던 첫날,
회사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의
커피 향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얼마나 설레고 좋던지.
영업할대는 상대가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직함이 좋다시며
자신을 ‘실장’으로 부르라고 하시던
대표님.
대표님은 늘 애송이 같던 내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셨고
때로는 함께 산책을 하며
인생의 조언도, 신중하고 배려 깊게
건네주셨다.
사업에 관해서도
일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것을
자신의 삶과 행동을 통해
가르쳐 주셨고
어렸던 내게
당시 운영하시던
카페 브랜드 디자인 전반에 대한
디자인 전권을 맡을 기회를 주셔서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도록
밑거름을 뿌려주신 분.
4년 가까이 그분 밑에 있다가
브랜딩 스튜디오로 독립을 하던 그때도
진심으로 날 응원해 주시며
어찌 되었든 내게 일을 주시며
내가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던
그 정성과 존중, 배려가
시간이 지날수록
내 삶에서 값지게 빛났다.
나 역시 사업을 하며
나를 스쳐갔던 친구들에게
가능성과 기회를 선물하려 애썼고
일 자체도 중히 여겼지만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잊지 않는 사업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친아버지 이상으로
사회와 사업과
인생과 관계에 대해
가르쳐주신 분.
한번 사는 생에
이런 분을 알게 되고
20년 동안이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음이
또한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뻔한 독후감 같은
결론이지만,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분과 같은 선한 영향력을 주며
단 한 명이라도
생에서 중요한 관계를
만들어 내고 싶다 다짐했다.
내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그분처럼,
이제는 나도
누군가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주고 싶다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