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떠들썩함과 고요사이

왁자지껄한 화합의 분위기와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고요의 필요성 사이에서

by 이키드로우

생각해 보면

새해는 늘

떠들썩하고

분주하게

시작되었다.


차분히 계획을 세우거나

새로운 각오를 다지거나

이전의 삶을 복기해 보며

반성하는 등의 행위가 아닌,

가족들이 모여

정신없이

이리 치고 저리 치며

시간을 보냈었고

올해도 어김없이

그 전과 동일한

‘그런 설날’을 보내고 왔다.






누군가는

이런 떠들썩함이

좋은 거라 말하고

실제로 좋아라 하더라.


내 경우,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런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좋아라 하지도 않는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그렇게 떠들고 있는 게

피곤하고 정신없다.


오늘도 친지들이

아이들 포함,

20여 명 모인 자리에서

음식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틀어 놓은 티비에

눈을 꽂았다.

아니,

눈이 꽂혔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런 얘기 저런 얘기가

도무지 집중이 안 되는 것도 있지만

티비를 틀어놓으면

나도 모르게 거기에 눈을 꽂아 버린다.

제어가 되지 않는다.

티비 소리와 얘기소리가 섞이면

견디기 힘들어할 뿐 아니라

대부분의 얘기는

티비보다 자극적이지 않다 보니

자극적인 것에 눈과 귀를

꽃아 버린다.

(재미있어서 본다기보다

시청각적 자극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가깝다)


티비를 틀어 놓은 채

자기들끼리의 대화에 집중하는 사람,

특히 여자분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노력해 봐도

난 잘 안된다.


그래서 오늘도

늦은 저녁시간까지

왁자지껄 분주했던 모임 속에

나는 묵묵히

딱히 재미도 없는 티비에

눈과 귀를 꽂고 있다가

집에 돌아왔다.


글을 쓰고 있는

이 고요가

너무 반갑고 귀하다.


이것도

성인 ADHD의 특징일까?

혹자는

누구나 다 ADHD의 특징을

가지고 있고

심하냐 심하지 않냐의

차이라고 하던데,

일단

보통의 일상이 불편하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 있는 거 아닐까?






솔직히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가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40이 넘어서야

그 사실을 깨닫다니,

나란 사람도 참 눈치 없다.


보통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서도

그리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되려 사람 많은 곳을

좋아라 하기도 하고

이 소리 저 소리가 섞여도

자기 취향 껏, 소리를 분별해

듣고 싶은 소리만 들을 수 있고

티비를 틀어놓고도

얼마든지 옆의 사람과

집중하여 대화할 수 있던데,


나는 얼마 전까지

다들 나처럼

북적거림은 늘 소모적이고

소리가 섞이는 것을 참지 못하고

티비같은걸 틀어 놓으면

나도 모르게 눈과 귀가 꽂히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더라.

대부분은 나와 다르게

내가 예민해하는 부분에서

전혀 예민하지 않았고

에너지가 방전되지 않았다.






지금보다 좀 더 젊었던 시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도 보통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그런 분위기에

맞춰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에너지가 너무 심하게 방전됐고

일단 그런 모임이

도무지 즐겁지 않았다.


명절은 즐거운 날,

다들 즐거워하는 날인데

나 하나 때문에

뭔가 분위기를 망치는 듯해

내심 마음이 쓰이고 힘들었다.


다행히

타인과 내가 다르다는 인식이 생기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서부터는

되려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나는 나대로 그냥 티비에 눈과 귀를 꽂고

간혹 대화에 끼기도 하고

그냥저냥 보내는 시간에

조금은 익숙해지게 되었다.






여전히 내 생각에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조금 더 차분하고

고요하게,

새로운 준비를 하는

그런 시간이어야 한다 여겨진다.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하는

왁자지껄함과

내가 원하는

새 준비를 위한 고요 사이의

균형 찾기가

아직은 쉽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