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의 중얼중얼
봄비라고 불러야겠지?
시기상은 봄비인데
어째 좀 아직 서늘하다.
따스한 온기가
많이 그리운 아침.
비가 내리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정확하게는
생각이 차분해지는 거겠지.
온갖 복잡하고
혼란한 생각들이
흙탕물 가라앉듯
솨라라락 가라앉는다.
그런 탓에
최소한
생각의 위층은
맑은 물처럼,
일시적일지언정
맑은 느낌을 유지하게 된다.
비 오는 날,
생각이 맑아지는 이 느낌이
좋다.
비가 오면
뒹굴 거리고 싶다.
비교적 젊을 적에는
라면이나 끓여 먹으며
방에 들어앉아
만화책 쌓아놓고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상상을 하며
비 오는 날을 즐기곤 했는데,
지금은 라면은 별로
먹고 싶지가 않다.
그냥,
이국적 분위기의 카페에 앉아
거품이 그득한
카푸치노 한잔과 함께
소소하고 담백한
사색의 시간을 즐기고 싶다.
어릴 적에
어른들이
치킨이나 피자 앞에서
'난 별로 안 좋아하니 너네들 먹어라'
하시던 말씀이
당신들이 실제로는 먹고 싶지만
어렸던 우리를 위해
양보하신 것이라 여기며
긴 시간을 살아왔는데,
요즘에는 저 말이
양보가 아닌
사실이었음을 느낀다.
(실제 양보하신 분도
계실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피자는 입에 대고 싶지도 않고
라면도 그렇게 당기지가 않는다.
특별히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입맛이 확 바뀌어버린 것 같다.
비 오는 날엔
무조건 라면에
계란 넣고 끓여서
밥까지 말아먹는,
나름의 국룰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1도 들지가 않는다.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이 복잡한 나로서는
생각을 차분하게 해주는
효과만으로도
비 오는 날이 좋은데,
혹자들은
비가 오면 일단
스타일적인 부분에서
제약이 걸리니 1차적으로 싫고
활력이 떨어지며
기분이 축 처지는 이유에서
2차적으로 싫다고 얘기했다.
기타 다른 이유들로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꽤나 만나 보았다.
나이가 들면
나도 그렇게
비 오는 날이 싫어지려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나이가 40 후반을 달려도
여전히 비 오는 날에
나는 오히려 기분이 좋다.
아,
라면은 당기지 않지만
오늘 같은 날은
칼칼한
김치칼국수는 당긴다.
비 오는 이 분위기를
한껏 즐기는
오늘을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