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딸과의 새로운 접점

by 이키드로우

둘째 딸에게 체스를 배웠다.

궁금하긴 했지만

굳이 배우려 하지 않았던,

하지만 뭔가 멋있어 보이면서도

체스의 어떤 부분이 사람들을 저리 열광시킬까 하는

호기심을 유발하던 그 체스를

드디어 배웠다.


한날은 뵈뵈(둘째 딸 애칭)가 체스를 집에 들고 왔다.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체스라는 사실 자체가

또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체스할 줄 알아?’

‘어, 학교에서 배워’

‘학교에서?’


학교에서 체스를 가르친다고?

오호라…

뻔한 교육만 하는 줄 알았지만

요즘 학교는 그래도

우리 때보다 아주 약간은 진보했나? 하는

논리비약적 사고를 하면서

순간적으로

‘아빠 체스 좀 가르쳐줘’ 하고 말을 뱉었다.




‘이건 폰인데 앞으로 밖에 못 가.

처음 시작할 때는 두 칸도 앞으로 갈 수 있는데

한번 움직인 후에는 무조건 앞으로만 한 칸씩 갈 수 있어.

근데, 폰으로 상대방 말을 먹을 때는

대각선에 있는 것만 먹을 수 있어.

그리고 폰이 상대방 끝열까지 가게 되면 폰이 아니라 ’ 퀸‘으로 변해.

퀸은 무지 강한 말인데…’


쫑알쫑알 꼼꼼하게

잘도 설명해 줬다.


설명에 집중하는 딸아이를 보며

뭔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지면서

‘참 많이 컸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엄마 껌딱지 꼬맹이였던 울보가

벌써 이만큼 커서

아빠한테 체스를 가르쳐주고 있다.


——-


곧이어 난 체스에 빠졌다.

푹, 빠졌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개인적인 기준에서는 꽤나 푹 빠졌다고 볼 수 있겠다.


일단

체스는 예쁘다.

디자인 자체가 멋스러워

체스를 두고 있으면 체스를 두는 사람까지 멋지게 만들어 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뵈뵈와 체스를 한판 두 판 둬 보면서 알았는데

장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장기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룰은 아는 편인데,

장기도 재미있지만

체스가 뭔가 더 섬세하게 판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전쟁을 하는 느낌도 들면서

왜 체스가 예술이라고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오프닝이니 캐슬링이니

뭔가 어려운걸 잔뜩 공부해야 할 것 같아

벌써부터 마음에 부담이 덜커덩거리긴 하지만,

부담스러운 느낌보다 앞으로 알아갈 것들이 많아

재미있겠다는

약간 설레는 느낌이 좀 더 강하다.


뭔가에 제대로 몰입해서 푹 빠지는 경험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하기 힘든 류인데

뵈뵈 덕분에

오래간만에 돈 크게 안 들고 재미있는 놀이를 찾아

아이처럼 맘이 기뻤다.


(첫째와 셋째 아들도 체스를 둘 줄 알아, 한번씩 불러서 아이들과 대화도 할 겸

체스를 두는 습관을 들여봐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