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남는 브랜드는 생각보다 조용하다

이키의 브랜딩 노트

by 이키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나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을 것이다.

사람들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나누는 대화가 필요해서 나는 커뮤니티를 언제나 꿈꿔왔었고,

현재는 만족스러운 커뮤니티를 운영 중이다.


함께 일기를 쓰는 일기방, 그리고 하루 10분, 디자인을 같이 하는 디스코드 이키의 작업실.

지금은 꽤 단단해졌지만, 여기까지 오기까지 실패도 많았다.


처음 만들었던 커뮤니티는 ‘디자인 커뮤니티 디마고’였다. 스레드 글로 한 번에 70명의 사람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화는 거의 없었다. 결국 말하는 사람은 나 혼자였고 듣는 사람만 있는 구조가 되었다.


조용한 게 아니라, 공허했다. 70명이 있지만 나 혼자 방에 텅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혼자 말해도 괜찮다며 나를 다독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독함을 느끼고, 내가 원했던 커뮤니티는 이런 것이 아니기에, 나는 그 커뮤니티를 정리했다.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내 첫 번째 실패였다.


두 번째는 오프라인 지역 기반의 ‘느슨한 디자인 모임’이었다. 이번에도 사람은 모였다. 약 30명 정도.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흔들렸다. 이 모임이 디자인 소통을 위한 건지, 정보 공유를 위한 건지, 친목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목적이 흐릿해지자 사람들의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나는 이 커뮤니티를 하면서 느꼈다.


디자이너들과 함께 디자인 소통보다는 콘텐츠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것을. 이 커뮤니티 역시 6개월 만에 멈췄다. 두 번의 실패를 겪고 나서야 나는 하나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사람이 남는 커뮤니티에는 반드시 ‘목적’과 ‘역할’이 있다. 그리고 그건 시끄럽게 외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지금 운영 중인 일기방의 목적은 단순하다. ‘매일 일기를 쓴다’는 것. 내용은 자유롭고, 공유도 하고 싶다면 하는 것. 내용이 껄끄럽다면 모자이크를 올리는 등, 각자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리고 카카오톡 오픈채팅이라는 구조 덕분에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풀린다. 이미 이키와 챌린지, 혹은 인스타로 소통을 해왔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온도를 데워서 처음 오는 사람도 적응하기 편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나의 역할은 그리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포지션으로 소통하고 운영 안내를 한다.


이키의 디스코드 작업실은 조금 다르다. 여기는 대화는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목적은 아주 분명하다. ‘10분 동안,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각자의 디자인을 한다.’ 같은 시간에 접속해서 같이 작업하며 음성으로 소통하고, 다 만들었다면 각자 나간다. 두 커뮤니티 다 조용하지만 꾸준하다.


일기방과 작업실 디스코드는 목적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그래서 두 곳 모두에 있는 사람도 있고, 한 곳에만 머무는 사람도 있다. 커뮤니티는 이렇게 목적과 역할이 분명할 때 오래 간다.


이전 커뮤니티들과 지금의 커뮤니티의 차이는 분명하다. 전에는 사람을 그저 키우기 위해 모으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사람이 이 커뮤니티에 ‘남을 이유’를 만든다. 이건 단순히 숫자를 늘리기보다 팬덤을 만드는 방식에 조금 더 가깝다. 이키가 계속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순하다.


혼자 하면 힘든 일도 같이 하면 오래간다.

일기도 그렇고, 디자인도 그렇다.


조용해 보여도 사람이 남는 브랜드는 결국 이렇게 만들어진다.

작가의 이전글내 전자책은 완벽하지 않지만, 진심은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