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커 라운지 대구 강연 - 베를린 에스프레소바 대표 김종원
여러분이 길 잃은 외계인이라면 지구에 온 목적이 무엇인가요?
사장님의 강연은 특이했다. 이 질문을 던지고 조용하게, 천천히 강연이 시작됐다.
먼저 답변을 해주셨는데, 자신은 "다양한 아름다움을 맞이하기"가 목적이라고 하셨다.
그냥 카페를 좋아해서, 단순히 카페를 하셨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음악을 경험하시고 정상에도 서볼 정도로 대단하고 멋진 분이셨는데 어느 날 마리아 슈나이더의 행글라이딩을 듣고, 매료되는 동시에 닿을 수 없다는 생각에 절망하시게 되었다. 모든 순간이 음악이었을 텐데 절망한 그 순간에 얼마나 세상이 무너지고 앞이 아예 보이지 않았을까?
그 감정이 전혀 상상도 가지 않을 만큼 암울한 이야기였다. 그렇게 아름다움은 절망이라는 걸 깨닫고, 무너졌으나, 다시 시간이 지나 직업 없이 방황하는 생활이 이어지다가 동생이 빵집을 하고, 자신은 커피를 내리게 되었다고 한다.
사장님은 이율, 효율보다 아름다움을 중시하셨고, 그래서 동생과 같이 하는 빵집이 큰돈은 벌지 못했다고 한다. 이율과 효율보다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것, 매출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는 어떤 것일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장님이 알라딘에 스태프로 입사하고 나서야 동생분이 돈을 벌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알라딘에 입사한 후에는 선임을 굉장히 멋진 분을 만나셨는데, 바로 "사명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 그 분덕에 지금도 베를린에서 어떻게 경영을 해야 할지 많은 걸 배우셨다고 한다.
한 가지를 말하자면 베를린에서는 매달 보고 싶은 책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얘기만 들어도 멋졌다. 좋은 걸 배워서 마음속에 품어두기에도 힘든데, 어떻게 자신이 경영하는 데에 적용할 수 있을까?
알라딘에 입사할 당시 사장님은 매니저님에게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제가 여기서 평생 일할 수 있나요?" 나중에 물어보니 매니저님이 이 날 메모를 하셨는데 "굉장히 특이한 질문을 했다."라고 적어놓으셨다고 한다. 나라도 그런 말을 적을 거 같다. 평생 일할 수 있냐니 그 정도로 이 직장을 사랑할 수 있을까?
오래 버티는 것에 대한 주제가 나왔는데, 사장님은 러닝을 도전하셨는데 너무 잘해서 모임 내에서 슈퍼루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회 일주일 앞두고 부상을 당하셔서, 내가 정말 반짝하고 빛만 일시적으로 나는 슈퍼루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세상에 많이 알려진 1만 시간의 법칙에 더해서 현재 진행형이어야지 중요하다고 하셨다. 정말 여기서도 느꼈지만, 꾸준히 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고 해내면 누구보다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깨지고, 무너지더라도 이어 붙이고, 그 흔적이 남는 사람. 흔적마저도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백예린이라는 가수를 엄청 좋아하시는데 백예린의 노래 중에 "베를린"이 있어서 내가 라면 가게를 하든, 식당을 하든 "베를린"이라는 말을 꼭 붙이고 싶었다고 하셨다. 그렇게 2020년, 베를린 에스프레소바가 탄생을 했다.
사장님은 마음을 담은 커피라는 것을 본질로, 베를린에서 내리는 커피는 "유행하는 커피가 아니라 정성 들인 커피 한 잔이 필요하신 분이 누군지 저희로서는 알 길이 없으니 매 잔, 마음 없이 내리는 커피가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셨다. 매번 정성을 들이겠다는 말 보다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다양한 좋은 말을 해주셨는데, 채우려면 비워야 한다. 노자의 말씀처럼 사장님은 베를린 에스프레소바의 한쪽의 흰 벽을 1년 동안 비워두었다고 한다. 무엇을 급하게 채우지 않고 나만의 속도를 찾아 그에 맞는 도장을 찍은 테이블보를 벽에 건 것처럼, 나의 속도를 찾아 나아가는 것.
강연을 듣는 내내, 사장님과 아이컨택이 되었는데 눈빛이 정말 신념으로 가득 차있었다. 내가 무슨 길을 가야 할지 아는 길잡이처럼, 내 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느껴져서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열정이 같이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깨달은 것도 있다. 내가 향하는 그 길이 풀숲이 아니었구나, 누군가는 걸어간 흔적이 있었구나. 하고 말이다. 무성하게 풀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내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발자국이 작게 새겨져 있었다. 나는 앞으로도 그냥 만드는 사람이 아닌, 사장님처럼 신념을 담아 콘텐츠를, 사람을 대하고 싶다. 나도 언젠가는 사장님처럼 자신만의 신념이 확고해질 수 있을까? 앞으로 나아가기만을 했었는데, 좋아하는 성경 구절에 그런 말이 있다고 하셨다.
오늘 앞서가면 내일은 뒤쳐질 거라고, 오늘 뒤처졌다면 내일은 앞서갈 거라고, 그래서 매출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삶을 사신다고. 늘 마음에 새겨야 할 거 같았다. 오늘 콘텐츠가 터졌더라 해도, 내일은 또 다를 수 있다는 걸. 매일매일이 상승 곡선일 수는 없는 거처럼,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파도와 달을 좋아해서 타투를 새겼는데, 사장님의 말을 들으니 내가 타투 도안을 그릴 때에 의미가 생각났다. 파도처럼 흔들리고 불안해도, 달처럼 유유히 지켜볼 수 있는 삶을 살기를.
그렇게 강연은 마지막 말을 남겼다.
쓸모없는 아름다움만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이제니 시인 - <그믐으로 가는 검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