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지어먹고 허삼관과 누에고치 파스타에 대해 쓰다가 지웠다. 그만 흩어졌다. 통증 때문이었다. 아침에 월드시리즈 3차전을 보다가도 중간에 드러누워야만 했다. 통증엔 알 수 없는 서늘함이 서려있었다.
일감을 몰아서 해치우고 난 다음날이었다. 생전 처음 느끼는 아찔함이었다. 평소처럼 젤방석 위에 앉아 있는데 등줄기 한가운데가 오싹! 오그라들었다. 무언가 콰직! 물었거나, 아니면 속에서 뱀이 꿈틀! 했거나, 두 주먹이 꽉! 쥐어짰다가 사라졌다. 콰직! 하고 물 때에는 나도 모르게 컥! 소리가 났다. 컥! 하고 움찔대고 나면 몸통 전체가 통째로 번데기처럼 딱딱해졌다. 딱딱해지며 호흡도 출구를 잃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걸까.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 거겠지, 경련 같은 거겠지, 검색해 봤더니 통증 부위가 심상치 않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로부터 이상하게 배만 부풀고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태워도 변의가 전혀 일어나질 않고 있는 터였다. 거울을 들여다보니 얼굴도 왠지 노래진 것 같다. 할아버지는 증상의 질병으로 돌아가셨다. 너무 일찍 또 별안간 나에게 일어난 일련의 체험들과 사랑의 걸음들이 어쩌면... 그런 망상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급기야 등이 두근거린다.
벌어지고 달라붙으며 커흡커흡 들썩인다.
날개가 돋을까 보다.
바라던 하늘로 가려나.
막상 간다니 섭섭하고.
그러나 날개는 어깨 넓적에서 날 텐데.
그러면 이곳은 그루터기려나.
잘려나간 표면에서 잔가지들이 두근두근 올라온다.
올라올까 뿌리를 내릴까.
무엇이 뿌리이고 무엇이 가지일까.
무엇이 위고 어디가 아래일까.
어디가 땅속이고 어디가 몸밖일까.
누에고치 파스타에 대해 쓰자.
어느 쪽이 더 허무맹랑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