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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휘재 Nov 15. 2024

블로그식 사파이어 전골과 달래 장식




오늘은 블로그식으로 가볍게 즐겨볼까 해.

발걸음도 가벼운 불금인 것도 있지만

그보단 지금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이야.

일주기를 인위적으로 고치려다 보니

너무 오랫동안 깨어있는 중이거든.


눈치챘겠지만

블로그 스타일이니만큼 글 정렬 방식도

고풍스런 가운데 정렬이야.


실은 가운데 정렬 극혐해서

벌써부터 후회된다.

하나도 즐겁지가 않아.


가운데 정렬이 어째서 모바일

가독성이 좋다 말하는지 당최 모르겠어.

대체 누구 아이디어였을까.


가운데 정렬은 이미 오래전에

바이럴마케팅의 전유물이 됐지.

시 같은 율문에나 마땅한 것을

슬쩍해다가 오염시켜 놨어.


이제 가운데 정렬이라면

누구나 믿고 거르는 시대지만

이건 그런 게 아니니까 안심해도 돼.


(글자색도 안 넣을 거고

까불지 않고 가능한 점잖게 말할게)




내가 원하는 일주 리듬을 가지려면

세 시간 뒤에 꼭 자야 하거든?

그런데 막상 잠이 안 올 수도 있으니까

뭐라도 좀 맥여서 졸음을 일으켜볼까 한돠.

먹으려면 요리를 해야겠지.


소불고기나 후딱 해먹지 모.

녀석이 냉장실에서 뻐길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소고기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가끔 소불고기는 생각 나.

뚝불 같은 건 한 번씩.


그런 거나 비슷하게 해먹지 모.

소불고기에다 양파랑 대파,

그리고 메말라가는 가지와

팽이버섯 정도 끼워주면 충분하겠지.

그냥 냉장고에 버젓이 있는 거

냉큼 잡아다 먹는 거지.


그러다 요거이가 눈에 띈 거야.




소불고기 사면서

최소주문가격 맞추려고 낑긴 놈이야.

블랙 사파이어 포도라고 외래종인데

가지포도라는 이름도 있고

Moon drops라고도 하나 봐.

물방울이랑 닮아서 그렇다나 뭐라나.

어딜 봐도 미더덕 같은데 말이지.


캘리포니아에서 개발된 모양인데

유전학자가 껴있었어.

이런 건 보이는 대로 먹어치워서

멸살시켜 버려야 돼.

근데 아쉽게도

유전자변형농산물은 아닌 모양이야.

잡종이라는 거지.

나도 잡놈이니깐 더 할 말은 없지.


줄기에서 하나 똑 떼서 먹어봤지.

얌냠.

씨가 없네.

그냥 청포도 같어.

먹어보고 확신했지.

이 녀석이라면 소불고기랑 함께

뒹굴어도 불륜은 아니지 않을까?

죄 없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

누구도 돌을 던지진 못하겠지 싶어서

한송이 씻었어.

이런 순간에나마

인생 좀 살만한 것 같고 그래.




다음은 그냥 뭐.

다 때려 넣고 푹 끓이는 거지 모.


다만 가지가 너무 비만해서

잔소리로 몸집을 먼저 줄였다.


괜히 옆에 있다 함께 주눅 든

양파는 좀 억울했겠네.




이제 마녀가 될 시간이야.

포도 위주로 짓뭉개주면서 동시에

주문을 외며 눋지 않도록 자알 저어주세요.


옴~ 마니~ 반메~ 훔~


자하라독시드...


암흑보다 어두운 자여

밤보다 더 깊은 자여

혼돈의 바다의 흔들림이여

금색으로 변하는 어둠의 왕이여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그러다 서서히 팔이 저려오기 시작하면

조용히 뚜껑을 닫고 기도합니다.


주님 정의로운 도둑이 되는 걸 허락해 주세요.


루루팡, 루루피, 루루얍.




녀석의 자색핏물이 쫙 배어 나왔더군.

언젠가의 군소가 생각나더니...

과천 계곡에서 먹었던 능이백숙 생각도 났다.


규진이도 생각나네.

보고 싶네.




추억에 잠겨서 그런가.

결과물이 너무 다크해서

무쳐 먹으려던 달래에게 도움을 청했어.

그랬더니 왠지 참깨랑 참기름도 도와줬어.




도움을 받으면 봐줄 만한 게 되고

생각보다 멀쩡한 존재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조화로운 세상 같아 보여서

조금 언짢은 기분이었어.








사파이어 포도는 카레에 들어감직한

달달한 토마토였어.

그래서 좀 더 푹 고아지면

더 맛있을 것 같았다.

그래 아직까지는 국물에게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지 못했다.

한번 요리하면 길게는

일주일 가량 먹기 때문에

그동안 물을 찔끔찔끔 보충하며

졸이다 보면 훨 좋아질 것 같군.

물론 지금도 훌륭하지만.


물린다 싶으면 카렛가루를 붓거나

고추시리즈와 식초를 듬뿍 넣으면

똠얌처럼 색다른 음식이 되겠지.

질릴 틈 없이 한껏 먹겠다구.


냄비요리는 그런 묘미가 있어.

1차 요리-숙성-2차요리-숙성-3차 요리...

그러려면 맨 처음 요리를 잘 생각해야 돼.

첫 단추 말이야.

처음부터 맵게 간다거나

헤어나오기 어려운 맛으로 시작하면

머지않아 설거지를 해야 해.

설거지는 귀찮고 힘들어.

설거지를 마쳤다 해도

새로 요리할 마음이란 그리

간단하지가 않아.

.

.

.

.

.

.

전골은 끓이면서 여럿이 나눠 먹는 요리지.

홀로는 무엇을 상상하든 끝내 덮밥 형태가 돼.

고작해야 밑에 깔린 쌀밥을

면이나 식빵정도로 바꾸는 삶인 거지.


그러고 살어.

나쁘지 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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